
임신 중에 발생하는 고혈압이 산모와 태아 모두에게 치명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산모에게는 뇌졸중과 장기 손상을, 태아에는 저체중아와 조산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다.
질병관리청은 오는 17일인 세계 고혈압의 날을 맞아 대한고혈압학회와 공동으로 '혈압 측정 캠페인'을 실시한다고 12일 밝혔다.
이번 캠페인은 이달을 혈압 측정의 달로 지정해 혈압 관리의 필요성을 알리는 글로벌 공공 캠페인이다. 국내 고혈압 환자 1300만명 시대에 대응해 더 많은 국민이 고혈압의 위험성과 혈압 측정의 중요성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학회 및 지방자치단체와 협력했다.
고혈압은 심뇌혈관계 질환의 가장 흔하고 강력한 위험인자로 세계보건기구(WHO)에서도 관상동맥질환, 허혈성 및 출혈성 뇌혈관질환의 주요 위험 요인으로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평소 별다른 증상이 없기 때문에 심각성과 관리의 중요성을 간과하기 쉽다.
WHO에서 발간한 세계 고혈압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고혈압 환자 중 절반은 자신의 상태를 인지하지 못했으며 환자 5명 중 1명만 혈압을 조절했다. 또 매년 1000만명은 고혈압으로 사망했다.
반면 우리나라는 환자 중 50% 이상이 혈압을 효과적으로 조절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캐나다와 함께 고혈압 관리 모범국으로 언급되고 있다. 다만 고령화의 영향으로 관리 대상과 질병 부담은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고혈압 인지율은 71.2%로 높지만 70세 이상(87.1%) 대비 청년층의 인지율이 19~29세 19.3%, 30~39세 24.8%로 낮은 상황이라 관심이 필요하다.
게다가 임신 중에 발생하는 고혈압은 산모에게 자가전증, 뇌졸중, 간과 신장의 장기 손상 등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저체중아, 조산, 태반조기박리 등 태아의 건강과 생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또 최근 고령임신과 비만, 당뇨병 등 대사 질환이 증가하면서 임신 중 혈압 상승 위험이 커짐에 따라 임신부의 고혈압 조기 진단과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에 질병청은 올해 임신부를 중점 홍보 대상으로 설정해 '임신 중 혈압 관리, 두 생명을 지키는 첫걸음'이라는 슬로건 아래 혈압 측정과 건강 상담을 제공하는 현장 캠페인을 진행한다.
질병청에 따르면 임신 중 정상 혈압은 140/90㎜Hg 미만이다. 이 이상이면 임신성 고혈압으로 진단하며 조기 발견과 관리가 필요하다. 임신 중 고혈압의 위험 요인으로는 첫 임신 또는 35세 이상 고령 임신, 비만, 당뇨병, 만성 고혈압 병력, 가족력 등이 꼽힌다.
임신 중에는 정기적인 혈압 측정과 적정 체중 유지, 균형 잡힌 식사, 적절한 운동이 필요하다. 필요시 의료진의 처방에 따라 안전한 항고혈압제를 사용해야 한다. 또 임신성 고혈압을 경험한 여성은 향후 고혈압, 심혈관질환, 신장질환 위험이 높아져 출산 이후에도 정기적인 건강검진과 혈압 관리가 필요하다.
지영미 질병청장은 "임신 중 혈압 측정은 산모와 아기의 건강을 관리하는 가장 쉬우면서도 효과적인 방법으로 필요시 의료진과 상담을 통해 혈압 관리에 주의를 기울여 달라"고 당부했다.
이어 "향후 고혈압 예방관리수칙 개정·보급, 고혈압·당뇨병 등록교육센터 확대와 당뇨병·이상지질혈증을 동반한 고혈압 환자에 대한 통합 관리를 강화할 계획"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