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판사의 품격과 시민의 법감정
법정은 논리의 공간이지만, 그 논리를 받아들이는 주체는 사람이다. 국민은 판결문보다 판사의 태도에서 정의를 느끼며, 문장보다 눈빛에서 신뢰를 얻는다. 법은 본질적으로 냉정하다. 감정보다 이성을 우선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삶을 다루는 재판이 오로지 조문만으로 판단된다면 그 법은 ‘정의의 껍데기’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사법의 품격은 법의 냉정함과 인간의 따뜻함이 서로를 보완할 때 비로소 완성된다.
◆ 판사의 품격은 말 한마디, 태도 한순간에 드러난다
법복은 권위의 상징이지만, 그 권위는 품격에서 나온다. 품격은 화려한 언변이 아니라 경청과 절제의 태도에서 드러난다. 국민은 판결의 내용을 다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판사가 내 이야기를 끝까지 들었다”는 확신만으로도 법정을 신뢰하게 된다. 반대로 무심한 표정, 차가운 말투, 일방적 결론이 주는 냉소는 사법의 신뢰를 무너뜨린다. 판사의 언어와 자세는 곧 법의 얼굴이다. 국민은 그 얼굴을 통해 정의의 표정을 읽는다.
◆ 시민의 법감정은 정의의 나침반이다
사법부는 ‘감정에 휘둘리지 말라’는 원칙을 지켜야 하지만, 그 말은 ‘감정을 무시하라’는 뜻이 아니다. 시민의 법감정은 정의의 감각을 보여주는 나침반이다. 재판은 국민의 상식 위에 서야 하며, 그 상식에서 너무 멀어질 때 법은 현실을 잃는다. 시민의 법감정을 ‘감정적’이라 치부하기보다 그 속에 담긴 공동체적 정의감을 읽어내야 한다. 그것이 법의 사회적 정당성을 지키는 길이다.
◆ 품격 있는 판결, 납득 가능한 정의
법의 품격은 판결의 문체와 구성에도 스며든다. 사실과 논리를 차분히 정리하고, 상대의 주장에도 예의를 갖춘 판결문은 패소한 당사자에게조차 존중을 받는다. ‘이긴 사람만 정의롭다’는 사회를 넘어, ‘패소한 사람도 정의를 인정하는 사회’를 만드는 것, 그것이 판사의 품격이 지향해야 할 목표다.
◆ 법의 권위는 두려움이 아니라 존경에서 온다
권위는 명령으로 세워지지 않는다. 진정한 권위는 존경에서 나오고, 존경은 품격에서 비롯된다. 판사는 법을 대신해 국민 앞에 서 있는 사람이다. 따라서 판사의 인격과 품행은 곧 법의 신뢰로 이어진다. 냉정한 법의 세계 속에서도 판사의 언어가 따뜻할 때, 시민은 정의를 믿는다. 품격 있는 판사는 법의 권위를, 법감정을 이해하는 판사는 국민의 신뢰를 얻는다.
◆ 맺음말
사법의 품격은 제도가 아니라 사람에게서 시작된다. 시민의 법감정이 존중받을 때, 법은 더 이상 권위가 아닌 신뢰로 작동한다. 정의는 법조문이 아니라 인간의 품격 속에 있다. 그리고 그 품격이 국민의 감정과 만날 때, 비로소 ‘법은 인간을 위한 제도’로 완성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