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KBN 한국벤처연합뉴스 김경호 변호사 |
검찰의 펜끝은 사람의 인생을 긋는다. 그 권력이 독단에 빠질 때 사법 정의는 흉기로 전락한다. 헌법재판소가 최근 취소한 ‘2021헌마725 기소유예처분’ 사건은 통제받지 않는 검찰 수사권이 어떻게 시민의 삶을 짓밟는지 보여주는 적나라한 표본이다.
검찰의 결정은 오만했다. 2016년 모 대학교 대학원 입학 전형에서 검사는 교수들이 특정 지원자를 합격시키기 위해 점수를 조작했다며 '업무방해' 혐의를 씌우고 '기소유예'를 처분했다. 죄는 인정되나 재판에는 넘기지 않겠다는, 수사기관 특유의 자의적 시혜였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이 처분의 위법성을 철저히 짚어냈다. 이미 주동자로 지목된 공범들이 법원에서 최종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음에도 검사는 무리하게 피의사실을 유지했다. 대학원의 자율적 관행인 '우선선발권'을 자의적으로 범죄로 둔갑시켰고, 범의조차 없이 심사평가에 참여한 이들에게 범죄자 낙인을 찍었다. 헌재가 이를 "중대한 수사미진과 법리오해"로 규정한 것은, 검찰이 객관적 증거와 법리를 무시한 채 자신들의 서사만 고집했음을 명백히 입증한다.
이러한 위법적 결정이 반복되는 본질적인 이유는 권한에 따르는 책임의 부재에 있다. 검찰 기소권을 독점한 검사가 불성실하게 증거를 외면하고 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다. 이제 견제받지 않는 검찰 권력에 책임을 묻는 '법왜곡죄'가 도입 되었다. 증거가 없으면 무혐의로 종결해야 할 사안을 억지로 기소유예로 덮어 시민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행위야말로 전형적인 법왜곡이다.
다만, 이 법이 검찰을 압박하기 위한 정쟁의 도구로 전락해서는 안 된다. 법왜곡죄가 사법 정의를 세우는 예리한 메스가 되기 위해서는, 검사가 '명백한 고의나 중과실로 객관적 증거와 확립된 판례 등을 배척한 경우'로만 한정하여 엄격하고 정밀하게 적용하는 지혜가 필수적이다.
기소유예는 검사의 전리품이 아니다. 법왜곡죄는 검사의 펜끝에 '책임'이라는 무거운 추를 달아줄 최소한의 안전장치다. 검찰 권한에는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책임이 따라야 한다. 그것이 흔들릴 수 없는 민주공화국에서 법치주의의 본질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