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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선관위는 더 이상 성역이 아니다

  • 등록 2026.06.08 14:4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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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민의 참정권을 위협한 자는 책임져야 한다 -

<칼럼>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선관위 독립성과 책임성 02>

 

선관위는 더 이상 성역이 아니다

- 국민의 참정권을 위협한 자는 책임져야 한다 -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최후 보루는 어디인가. 국민은 법원을 믿고, 국회를 감시하며, 정부를 평가한다. 그러나 선거만큼은 선거관리위원회를 믿는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출발점이며, 선관위는 그 출발점을 지키는 헌법기관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6·3 지방선거 과정에서 드러난 선관위의 모습은 국민을 경악하게 만들었다. 선거를 관리해야 할 기관이 선거를 걱정하게 만들었고, 공정성을 보장해야 할 기관이 오히려 신뢰를 흔들어 놓았다. 이것은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다.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든 중대한 국가적 사고이다.

 

◆ 선거철에 176명이 휴직한 조직

 

국가적 대사인 선거를 앞두고 선관위 직원 176명이 휴직 상태였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선관위 전체 인원의 약 6%에 해당하는 숫자다. 더욱 충격적인 것은 이것이 우연한 일이 아니라 오래전부터 반복적으로 지적되어 온 관행이었다는 점이다.

 

◆ 선거는 선관위가 존재하는 이유다.

 

군인이 전쟁 중 부대를 떠나고, 소방관이 대형 화재 직전에 자리를 비우고, 응급실 의사가 재난 상황 직전 휴직하는 것을 국민이 이해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선관위는 선거철 휴직이라는 비정상적 관행을 사실상 방치해 왔다. 지휘부는 경고 공문 몇 장으로 책임을 다한 것처럼 행동했다. 결국 조직적 공백은 현실이 되었고, 그 결과는 전국적인 선거 관리 부실로 이어졌다. 이것이 무능이 아니라면 무엇인가.

 

더 충격적인 것은 이번 투표용지 부족 사태가 외국에 투표용지가 부족한 나라로 알려지게 되었다는 사실이 가장 부끄럽다. 대한민국 선거 역사상 유권자가 투표를 하기 위해 줄을 서 있는데 투표용지가 떨어져 투표가 중단되는 일이 발생하리라고 누가 상상했겠는가. 전국 수십 개 투표소에서 투표용지가 부족했고, 일부 투표소는 투표 자체가 중단되었다. 민주주의 국가에서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일이 현실이 된 것이다.

 

◆ 선거관리의 가장 기본은 무엇인가.

 

투표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것이다. 그 기본조차 수행하지 못했다면 선관위는 존재 이유를 스스로 부정한 것이나 다름없다. 더구나 선관위는 높은 사전투표율만을 근거로 본투표용지를 감축하는 안일한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선거는 희망이 아니라 대비로 운영해야 한다. 예측이 빗나갈 가능성까지 계산하는 것이 선거관리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기본적인 위기관리 능력조차 갖추지 못했음을 보여주었다.

 

◆ 사퇴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이번 사태로 일부 간부가 사퇴 의사를 밝혔다. 그러나 국민은 묻고 있다. "그래서 무엇이 달라지는가." 사퇴는 책임의 시작일 수는 있어도 책임의 종결일 수는 없다. 국민의 참정권이 침해되었고, 선거의 신뢰성이 훼손되었으며, 헌법기관의 권위가 추락했다. 이 사태에 대한 진상 규명과 책임자 처벌, 그리고 제도 개선이 뒤따르지 않는다면 사퇴는 단지 여론을 무마하기 위한 정치적 행위에 불과할 것이다.

 

국민은 희생양 몇 명을 원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들은 선관위가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시스템을 바꾸기를 원한다. 선관위는 더 이상 성역이 될 수 없다. 이번 사태가 국민에게 남긴 가장 큰 교훈은 하나이다. 어떤 기관도 성역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이다.

 

◆ 독립성은 필요하지만 외부 감사제도 강화가 필요하다.

 

독립성이 면책특권을 의미해서는 안 된다. 감사받지 않는 권력은 부패하기 쉽고, 견제받지 않는 조직은 안일해지기 쉽다. 국민은 선관위를 해체 수준의 변화를 요구한다. 국민은 선관위가 국민의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바뀌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스스로 안되면 국회가 나서야 한다. 국회는 선관위의 인사 운영의 투명성 확보, 선거철 휴직 제한, 국회 보고 의무 강화, 독립적 감찰기구 설치 등 근본적 개혁이 필요하다.

 

◆ 민주주의는 신뢰로 유지된다

 

선거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다. 국민주권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다. 국민은 선거 결과에 동의하기 전에 선거 과정이 공정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 그 믿음이 흔들리면 민주주의 역시 흔들린다. 이번 사태는 단순한 행정 실수가 아니다. 대한민국 민주주의에 대한 경고음이다. 선관위는 그 경고를 가볍게 들어서는 안 된다.

 

국민이 부여한 권한은 국민의 신뢰 위에 존재한다. 그 신뢰를 잃는 순간 어떤 독립기관도 존재 이유를 설명할 수 없다. 선관위는 기억해야 한다. 독립기관일 수는 있어도 성역일 수는 없다. 그리고 국민의 참정권을 위협한 책임은 반드시 규명되어야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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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 기자 yume20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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