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잘못된 이름으로 출발하는 특별시는 성공할 수 없다
- 전남광주통합특별시, 명칭부터 다시 설계해야 한다 -
7월 1일, 대한민국 지방행정사에 새로운 장이 열린다. 광주광역시와 전라남도가 통합되어 새로운 특별시로 출범한다. 수도권 일극 체제를 극복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의미 있는 도전이라는 점에서 그 취지 자체를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출범을 앞둔 지금,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이 특별시의 이름은 과연 미래를 담고 있는가.“
현재 사용되고 있는 명칭은 '전남광주통합특별시'이다. 하지만 이 이름을 들었을 때 시민들은 무엇을 떠올릴 수 있는가. 미래 비전인가. 새로운 정체성인가. 아니면 단순히 두 행정구역의 이름을 기계적으로 이어 붙인 행정 문서의 제목인가. 새로운 도시의 이름이 이 정도 수준이라면, 우리는 통합의 본질부터 다시 돌아봐야 한다.
◆ '통합'이라는 단어가 통합의 미완성을 증명한다
진정한 통합은 결과이지 목표가 아니다. 그런데 '전남광주통합특별시'라는 이름에는 '통합'이라는 단어가 버젓이 들어가 있다. 이는 이미 하나가 된 도시의 이름이라기보다 아직도 하나가 되지 못한 조직의 설명서에 가깝다.
결혼한 부부가 평생 자신을 "결혼한 부부"라고 소개하지 않듯, 통합이 완성된 도시는 굳이 통합 사실을 이름으로 강조할 필요가 없다. 이름 속에 '통합'을 넣었다는 것은 오히려 통합에 대한 자신감 부족을 보여준다.
광주도 놓지 못하고, 전남도 놓지 못한 채 양측의 이해관계를 절충한 결과가 지금의 이름이다. 미래를 향한 상징이 아니라 과거의 흔적을 나열한 것이다. 도시 이름은 과거를 정리하는 언어가 아니라 미래를 선언하는 언어여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명칭은 선언이 아니라 타협의 결과물로 보인다.
◆ 500억 원이 문제가 아니다
일부에서는 명칭을 변경하면 수백억 원의 비용이 발생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비용이 아니다. 잘못된 이름을 수십 년 동안 사용하는 데 따르는 사회적 비용이 훨씬 크다.
도시 브랜드는 한번 형성되면 쉽게 바뀌지 않는다. 기업이 브랜드를 만들기 위해 막대한 예산을 투자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도시 역시 마찬가지다. 투자자는 도시의 비전을 보고 투자한다. 청년은 도시의 미래를 보고 정착을 결정한다. 관광객은 도시가 가진 이미지를 보고 방문 여부를 판단한다.
그런데 '전남광주통합특별시'라는 이름에서 어떤 미래 산업이 떠오르는가. 어떤 도시 철학이 보이는가. 어떤 경쟁력이 느껴지는가. 솔직히 말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500억 원이 아까워 잘못된 이름을 고집하는 것은 작은 비용을 아끼려다 더 큰 가치를 잃는 결정일 수 있다. 지금의 문제는 명칭 변경 비용이 아니라 명칭 설계 자체가 부실했다는 점이다.
◆ 이름 없는 도시는 방향을 잃는다
도시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다. 도시의 철학이고 전략이며 정체성이다. 이름이 있어야 브랜드가 만들어지고, 브랜드가 있어야 비전이 공유된다. 세종시는 행정수도라는 국가적 상징을 담고 있다. 인천은 국제도시라는 이미지를 축적해 왔다. 부산은 해양수도의 정체성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렇다면 통합특별시는 무엇인가. 빛의 도시인가. 남도의 문화수도인가. AI와 에너지 산업의 중심도시인가. 민주주의와 예술의 수도인가. 현재의 명칭에서는 어떤 답도 찾을 수 없다.
이름이 정체성을 담지 못하면 행정은 통합되어도 시민의 마음은 통합되지 않는다. 행정구역은 하나가 되었지만 사고방식은 여전히 둘로 나뉘어 있는 상태가 지속될 수밖에 없다. 그 결과는 내부 갈등이고 정책 혼선이며 경쟁력 약화다. 통합의 성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오히려 이름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 지금이라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출범은 예정대로 진행될 수 있다. 그러나 명칭 문제만큼은 더 이상 덮어둘 일이 아니다. 지금 필요한 것은 변명이 아니라 재설계다. 전문가와 시민, 역사학자와 도시브랜드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공식적인 도시명 재정립 프로젝트를 즉시 시작해야 한다.
새로운 이름은 지역 간 이해관계를 절충하는 수준에서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향후 100년 동안 이 도시가 어떤 도시로 기억되기를 원하는지에 대한 철학적 질문에서 출발해야 한다. 통합은 행정조직을 합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새로운 정체성을 만드는 데서 비로소 시작된다.
◆ 역사는 이름을 기억한다
역사는 통합 자체를 기억하지 않는다. 통합 이후 무엇을 만들었는가를 기억한다. 그러나 이름조차 제대로 정하지 못한 채 출범하는 도시가 과연 미래를 설계할 수 있을까. 지금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직면한 가장 큰 과제는 청사 위치도 아니고 조직 개편도 아니다.
스스로를 무엇이라 부를 것인가에 대한 답을 찾는 일이다. 이름은 단순한 간판이 아니다. 이름은 도시의 철학이고 방향이며 약속이다. 철학 없는 이름으로 출범한 도시는 결국 정체성을 잃고 표류하게 된다. 잘못된 이름으로 출발하는 특별시는 성공할 수 없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새로운 특별시에 걸맞은 새로운 이름을 시민과 함께 다시 설계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