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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정치의 종착지, ‘자리’가 아닌 ‘가치’여야 하는 이유

<칼럼>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l

 

정치의 종착지, ‘자리’가 아닌 ‘가치’여야 하는 이유

 

4선 국회부의장, 5선 원내대표. 20년 넘게 한국 정치의 중심에 섰던 거물급 정치인들의 말년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최근 이들이 당을 떠나 공기업 수장으로 자리를 옮기자 '정치인 출신 낙하산'이라는 비판과 함께 전문성 부족, 방만 경영에 대한 우려가 잇따랐다. 축하의 박수가 울려야 할 자리에서 국민은 기대보다 실망을 먼저 이야기하고 있다.

 

한평생 특정 가치와 신념을 위해 싸워온 정치인에게 그 세월은 곧 자신의 이름이자 역사다. 그런데 최근 또 다른 원로 정치인은 자신을 키워준 당을 떠나 평생 정치적 대척점에 섰던 진영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다. 민주와 정의를 외치며 살아온 정치인이 말년에 이르러 당적을 바꾸고 새로운 권력의 주변으로 향하는 모습은 많은 시민에게 깊은 허탈감을 안겨주었다.

 

'개인의 능력'만으로 얻은 자리가 아니다

 

이들의 행보가 비판받는 이유는 단순히 당적을 옮겼기 때문이 아니다. 그들이 누렸던 정치적 위상과 영향력이 오직 개인의 능력만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자리에는 정당이라는 간판이 있었고, 밤낮없이 헌신한 당원들의 땀이 있었으며, 그들이 내세운 가치를 믿고 표를 던진 국민의 신뢰가 있었다.

 

그런 점에서 말년의 변신은 자신의 정치 인생이 대의를 위한 헌신이었는지, 아니면 권력을 위한 기다림이었는지를 스스로 되묻게 만든다. 그래서 국민은 더욱 씁쓸함을 느낀다.

 

더 큰 문제는 후배 정치인들에게 남기는 메시지다. 정치는 신념을 지키는 여정이 아니라 유리한 곳으로 깃발을 옮기며 보상을 얻는 처세술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모습을 보며 자라는 청년들이 한국 정치에서 과연 어떤 희망을 발견할 수 있겠는가. 권력의 안락함을 좇는 순간, 우리 정치의 도덕적 자산은 조금씩 허물어질 수밖에 없다.

 

공직은 변절의 보상책이 아니다

 

공직은 정치적 야합에 대한 보상도 아니며, 정치인의 노후를 위한 안식처도 아니다. 국민의 혈세로 운영되는 공공기관은 공공성과 전문성을 실현해야 할 책임의 현장이다.

 

그럼에도 이를 정치적 변신의 종착지나 논공행상의 수단으로 활용한다면, 그것은 공공기관의 존재 이유를 훼손하는 일이자 국민에 대한 신뢰를 저버리는 일이다.

 

이제라도 묻고 싶다.

 

당신들이 평생 외쳤던 정의와 가치는 몇 해의 화려한 직함과 맞바꿀 만큼 가벼운 것이었는가. 후배들에게 '배신의 서사'가 아니라 '신념의 기록'을 남길 수는 없었는가.

 

정치인의 품격은 권력을 잡는 순간이 아니라 권력을 내려놓는 순간 완성된다. 흩날리는 꽃잎처럼 아름답게 퇴장하지는 못하더라도, 최소한 자신이 평생 지켜온 가치만큼은 스스로 훼손하며 떠나서는 안 된다.

 

권력은 짧지만 명예는 오래 남는다.

 

역사는 당신이 마지막에 어떤 자리에 앉았는지를 기억하지 않는다. 끝까지 어떤 가치를 지키려 했는지를 기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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