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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때문에 도시의 이름부터 바꿔야 하는가

<칼럼>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ㅣ

 

예산 때문에 도시의 이름부터 바꿔야 하는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이후 광주권 5개 자치구를 시로 전환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자치구는 인구가 훨씬 적은 군보다도 재정 규모가 작고, 국가로부터 보통교부세를 직접 받지 못해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것이 그 이유다.

 

 

이러한 문제 제기에는 충분한 근거가 있다. 현행 지방교부세 제도에서는 시·군이 국가로부터 보통교부세를 직접 받는 반면, 자치구의 재정수요와 수입은 특별시나 광역시에 합산된다. 자치구는 광역자치단체가 배분하는 조정교부금 등에 의존해야 한다. 같은 기초지방자치단체인데도 시·군과 자치구 사이에 재정권한과 자율성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재정 불균형을 바로잡는 문제와 자치구를 시로 전환하는 문제는 구분해야 한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동·서·남·북·광산구를 폐지하고 동광주시·서광주시·남광주시·북광주시·광산시를 신설하는 것은 단순한 명칭 변경이 아니다. 자치권과 과세권, 조직과 인사, 도시계획, 사무 배분은 물론 주민의 주소와 지역 정체성까지 바꾸는 중대한 행정체제 개편이다.

 

당장의 재정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도시의 행정구조부터 바꾸는 것은 순서가 뒤바뀐 접근일 수 있다. 우선 지방교부세법이나 통합특별법에 재정특례를 마련하여 자치구가 시·군보다 부당하게 불리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보통교부세를 직접 교부하거나, 시·군에 준하여 기준재정수요를 산정하고 그 차액을 보전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 조정교부금 교부율을 높이고 재정·조직상의 특례를 부여하는 방법도 가능하다.

 

반면 시 전환은 광주권 5개 구만의 이해관계로 결정해서는 안 된다. 통합특별시 전체의 행정구역과 권한 배분, 기존 전남 시·군과의 관계, 장기적인 도시 발전계획 속에서 검토해야 한다. 특히 동광주시나 서광주시 같은 이름이 주민의 역사와 생활권, 미래의 도시 정체성을 제대로 담는지도 충분히 논의해야 한다.

 

구청장협의회가 문제를 제기하고 국회의원이 법안을 발의할 수는 있다. 그러나 주민 공청회와 지방의회 논의도 없이 도시의 지위와 이름을 먼저 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법률적 절차를 충족하는 것과 주민의 동의를 얻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성급한 시 승격이 아니라 정확한 재정자료의 공개와 합리적인 재정특례다. 예산의 불평등은 신속히 바로잡되, 행정체제와 도시 이름은 통합특별시의 백년을 내다보며 결정해야 한다. 예산은 제도로 보완할 수 있지만, 잘못 정한 도시 구조와 이름은 오랫동안 주민의 삶을 구속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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