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정치인은 행사장이 아니라 직무에서 증명되어야 한다
― 이미지보다 성과로 말하는 책임정치를 기대하며 ―
최근 일부 정치인들의 행보를 보고 있노라면, 본연의 직무보다 이벤트와 연출에 더 많은 공을 들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역 축제 참석, 현장 연출 사진, SNS를 도배하는 홍보성 게시물이 이제는 지극히 익숙한 정치 풍경이 되었다.
물론 국민과의 만남과 소통은 정치인의 중요한 본분이다. 그러나 소통은 직무 수행을 위한 '수단'이어야지, 직무를 대체하는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성과를 알리기 위한 보고와, 성과도 없이 관심만 끌려는 쇼맨십(Showmanship)은 엄연히 다르다. 정치인의 진정한 인상(Image)은 연출로 조작되는 것이 아니라, 직무에 대한 성실성과 책임감이 축적되어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 이벤트 정치는 빠르지만 수명이 짧다
정치적 이벤트는 단기간에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잘 연출된 사진 한 장이나 자극적인 언사는 수십 쪽짜리 정책보고서보다 빠르게 확산하는 시대다.
그러나 관심과 신뢰는 같지 않다. 관심은 찰나에 얻을 수 있지만, 신뢰는 시간에 걸친 성과로만 쌓인다.
◆내실 없는 홍보가 반복될 때 유권자는 냉정하게 묻는다.
“그래서 맡은 바 책무는 제대로 다했는가?”
“주민의 삶은 실제로 무엇이 달라졌는가?”
“그 자리에 있는 동안 어떤 본질적 문제를 해결했는가?”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화려한 조명은 금세 꺼진다. 이미지를 앞세운 정치는 순간의 박수를 얻을 수 있을지언정, 직무에서 우러나오는 신뢰를 극복할 수 없다.
◆ 유권자는 프레임이 아닌 '기록'을 본다
오늘날 유권자는 과거처럼 허울 좋은 연설에 속지 않는다. 공약 이행률, 예산 집행의 타당성, 의정활동의 깊이, 위기 관리 능력을 다각도로 검증한다. 행사장에서의 친근한 모습과 결정적 순간의 정책적 태도가 일치하는지, 말로만 약자를 외치며 실제 예산 배분에서는 외면하지 않았는지를 송곳처럼 파헤친다.
따라서 얇은 이미지 전략으로 유권자를 설득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과도한 자기 홍보는 오히려 “본업보다 다음 선거와 다음 자리에만 마음이 콩밭에 가 있구나”라는 불신을 부를 뿐이다. 국민이 기대하는 지도자는 카메라 앞에서 바쁜 척하는 사람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과업을 완수해 내는 실천가다.
◆ 현재의 공직은 개인의 꿈을 펼치기 위한 '사적 발판'이 아니다
정치인에게 부여된 직무와 자리는 결코 개인의 야망을 실현하기 위한 '전단계'나 '다음 자리를 위한 징검다리'가 아니다. 정치인은 자신을 공천하고 추천해 준 정당의 가치를 증명하고 당의 신뢰를 훼손하지 않아야 할 정당인으로서의 의무가 있다. 또한 자신을 믿고 선택해 준 유권자들에게 약속한 공약과 정책을 성실히 이행해야 할 무거운 도덕적·정치적 책무를 짊어지고 있다.
선거를 통해 얻은 공직의 권한을 팽개치고, 현재의 자리를 다음 선거와 더 높은 자리를 위한 발판으로만 삼는다면 이는 자신을 뽑아준 지역주민과 유권자를 명백히 '우롱'하는 처사다. 시장과 도지사에겐 주민의 삶과 안전을 지킬 의무가, 국회의원에겐 입법과 행정부 감시라는 본분이 있다. 지금 맡은 직무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서 미래의 더 큰 역할과 책임을 논하는 것은 국민에 대한 기만이다. 현재의 성과가 미래의 자격을 입증해야지, 개인의 정치적 야심이 현재의 무능과 불충을 가려서는 안 된다.
◆ 진정한 지도자는 문제의 한복판에 오래 머문다
이벤트형 정치인은 카메라가 있는 곳으로 달려가지만, 책임형 정치인은 문제가 있는 곳에 오래 머문다. 재난 현장에서 사진을 남기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피해 복구가 완료될 때까지 행정 시스템을 점검하는 일이다. 시장 상인과 악수하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상권 회복을 위한 실질적 예산을 편성하는 일이다. 청년과 대화하는 장면을 연출하는 것보다 청년의 일자리와 주거 문제를 해결할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진짜 정치다.
현장은 정치인의 배경 화면이 아니다. 문제를 발견하고 뿌리 뽑는 출발점이어야 한다. 진정한 지도자는 사태가 터졌을 때 잠시 얼굴을 비추는 자가 아니라, 해결될 때까지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이다.
◆ 정치인의 홍보는 말이 아닌 '결과'여야 한다
좋은 정책도 국민에게 제대로 알려야 지지와 동력을 얻는다. 하지만 순서가 바뀌어서는 안 된다. 직무와 성과가 먼저이고, 홍보는 그다음이다. 사진이 성과보다 많아지고, 구호가 실천을 앞지르는 순간 정치는 본질을 잃고 희화화된다.
정치인은 얼마나 바쁘게 움직였는가를 자랑할 것이 아니라, 그 움직임으로 '무엇을 변화시켰는가'를 증명해야 한다. 행사 참석 횟수보다 해결한 민원 건수가, 언론 노출량보다 정책의 지속성이, 박수받은 순간보다 책임진 결과가 정치인의 진짜 자산이다.
성공한 정치인은 자신을 크게 보이게 만든 사람이 아니라, 자신이 맡은 자리를 통해 국민의 삶을 끌어올린 사람이다. 정치인은 행사장의 환호보다 민생 현장의 한숨에 민감해야 하며, 카메라를 향한 표정보다 정책이 가져온 삶의 변화를 먼저 살펴야 한다.
이벤트는 정치인을 잠시 돋보이게 할 수 있지만, 오직 성과만이 정치인을 오래 기억되게 한다. 정치인의 가장 강력한 언어는 말이 아니라 성과이며, 가장 오래 남는 이미지는 연출된 장면이 아닌 국민의 삶 속에 새겨진 변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