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정부와 민주당에 드리는 고언
- 지지율이 아니라 신뢰를 회복하라 -
내일 대통령 기자회견을 앞두고 있다. 여러 현안에 대해 대통령이 어떤 진단을 내놓고 어떤 국정 방향을 제시할지 국민의 관심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한 가지 분명히 했으면 한다.
지금 정부와 집권여당이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지지율의 숫자가 아니라 국민의 신뢰다.
정치에서 여론은 끊임없이 변한다. 지지율은 오르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한다. 따라서 숫자 하나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민심이 움직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특히 국정을 책임진 정부와 집권여당이라면 여론의 변화를 정치적 유불리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하면 지지율을 다시 올릴 것인가”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국민은 무엇을 걱정하고 있으며, 우리는 무엇을 바로잡아야 하는가.”
지지율은 목표가 아니다.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반응을 보여주는 여러 신호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민심이 흔들릴 때는 먼저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권력을 가진 조직일수록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기 쉽다.
언론의 보도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야당의 정치공세 때문이라고 판단할 수도 있다. 정부 정책의 진의가 충분히 전달되지 않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물론 그런 요인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국정을 책임진 정부와 여당이라면 그보다 먼저 자신의 정책과 인사, 의사결정 과정과 정치적 태도를 돌아보아야 한다.
국민의 평가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국민이 우리를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기 전에 “우리가 국민의 삶과 걱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는가”라고 물어야 한다. 민심은 설득의 대상이기 전에 경청의 대상이다.
첫째, 국정의 중심을 국민의 삶에 두어야 한다.
경제성장, 수출, 투자와 같은 거시경제 지표는 국가 운영에서 중요하다. 그러나 국민이 정부를 평가하는 기준은 자신의 생활과 떨어져 있지 않다.
장바구니 물가는 어떠한가. 집값과 주거비 부담은 감당할 수 있는가. 청년은 일자리와 미래를 기대할 수 있는가. 자영업자는 내일이 오늘보다 나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 지방에 사는 국민도 국가 발전의 혜택을 함께 누리고 있다고 느끼는가.
정부가 발표하는 숫자와 국민이 느끼는 생활 사이에 간격이 생긴다면 그 간격을 줄이는 것이 정치의 역할이다. 정책을 많이 발표하는 것보다 국민이 절실하게 느끼는 몇 가지 문제를 선택해 확실한 변화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국정의 성과는 보고서의 숫자만이 아니라 국민의 삶에서 확인되어야 한다.
둘째, 인사는 국정철학을 보여주는 거울이다
대통령의 인사권은 강력한 권한인 동시에 무거운 책임이다. 좋은 인사는 정부에 대한 신뢰를 높이지만 논란이 큰 인사는 한 사람의 문제를 넘어 대통령의 판단 기준에 대한 의문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인사 문제가 발생했을 때 무조건 방어하는 것이 정부를 지키는 길이라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눈높이에서 다시 살펴보고 문제가 확인되면 바로잡으면 된다. 수정은 패배가 아니다. 잘못을 인정하고 고치는 정부가 잘못을 끝까지 방어하는 정부보다 오히려 강할 수 있다.
대통령 주변의 참모들도 마찬가지다. 대통령이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하는 사람보다 대통령이 반드시 들어야 할 말을 하는 사람이 가까이에 있어야 한다. 권력 주변에서 비판이 사라지는 순간, 권력과 현실 사이에는 거리가 생기기 시작한다.
셋째, 민주당은 정부를 지지하는 동시에 바로 세우는 집권여당이어야 한다
집권여당의 역할도 중요하다. 정부를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것은 집권당의 당연한 책임이다. 그러나 정부의 모든 판단을 옹호하는 것만이 책임은 아니다. 정책에 문제가 있다면 먼저 지적하고 대안을 제시하며, 필요하다면 대통령에게 국민의 불편한 목소리를 전달해야 한다.
민주당 내부에서도 다양한 의견이 자유롭게 나올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의견을 배척하기보다 토론하고, 정책의 문제점을 내부에서 먼저 발견하여 정부에 수정과 보완을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대통령에게 필요한 집권여당은 박수만 보내는 정당이 아니라 성공적인 국정을 위해 때로는 쓴소리도 할 수 있는 정당이다.
넷째, 지지층을 넘어 국민 전체를 바라보아야 한다
선거에서는 지지층의 결집이 중요하다. 그러나 국정은 지지자들만을 위해 운영될 수 없다. 대통령은 자신을 지지했던 국민뿐 아니라 지지하지 않았던 국민까지 대표한다.
정부와 여당의 정책 역시 같은 원칙 위에 서야 한다. 우리 편인가 상대편인가를 먼저 묻기보다 “이 정책이 대한민국의 미래에 도움이 되는가”, “국민의 삶을 실제로 개선하는가”를 판단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
저출생과 고령화, 지방소멸, AI와 산업전환, 일자리와 주거, 교육, 안보와 외교 등 대한민국이 직면한 과제는 어느 한 정당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런 문제에서는 정부가 먼저 야당과 다른 의견을 가진 국민에게 손을 내밀고, 야당 역시 국가적으로 필요한 정책에는 협력하는 정치문화가 필요하다. 정치의 목적은 상대를 굴복시키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삶을 더 나아지게 만드는 데 있기 때문이다.
다섯째, 정책을 고치는 것을 패배라고 생각하지 말아야 한다
어떤 정부도 모든 정책을 처음부터 완벽하게 만들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정책을 시행한 뒤 나타나는 결과를 냉정하게 살펴보는 일이다.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이 나타났다면 원인을 분석하고 수정하면 된다. 정책의 목적이 아무리 선하더라도 현실에서 국민에게 과도한 부담을 준다면 다시 살펴야 한다.
“우리 정책은 옳은데 국민이 이해하지 못한다”는 태도는 정부와 국민 사이의 거리를 더욱 벌릴 수 있다. 정책은 정부의 옳음을 증명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국민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존재한다.
여섯째, 대통령 주변에는 '쓴소리의 통로'가 살아 있어야 한다
권력이 안정될수록 지도자에게 전달되는 정보가 좁아질 위험이 있다. 참모들이 대통령의 의중을 미리 헤아리기 시작하면 다른 의견은 점차 사라지고, 대통령이 접하는 현실 역시 좁아질 수 있다. 그래서 대통령에게는 자신과 생각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정기적으로 듣는 통로가 필요하다.
야당, 기업인, 노동자, 소상공인, 청년, 지방 주민과 전문가뿐 아니라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사람의 목소리도 들어야 한다. 대통령에게 “그 판단은 다시 생각해 보셔야 합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참모가 있어야 한다. 좋은 참모는 대통령의 기분을 지키는 사람이 아니라 대통령의 판단을 지키는 사람이다. 설명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이후의 행동이다
내일 대통령 기자회견에서도 여러 현안에 대한 설명이 있을 것이다. 대통령이 직접 국민 앞에 서서 설명하고 질문에 답하는 것은 민주정치에서 중요한 일이다. 그러나 기자회견의 진정한 평가는 회견장에서 끝나지 않는다.
무엇을 인정했는가. 무엇을 바꾸겠다고 했는가. 그리고 그 약속이 실제 정책과 인사, 국정운영 방식의 변화로 이어지는가가 중요하다. 때로는 “정부의 판단이 충분하지 못했습니다”라는 짧은 인정이 긴 해명보다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도 있다.
책임지는 사람만이 잘못을 인정할 수 있고, 고칠 자신이 있는 정부만이 정책을 수정할 수 있다. 지금 필요한 것은 이미지가 아니라 국정운영 방식의 쇄신이다. 여론이 나빠지면 흔히 사람 몇 명을 바꾸거나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면서 분위기를 전환하려 한다. 필요하다면 인적 쇄신도 해야 한다.
그러나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더 중요한 것은 국정운영 방식의 쇄신이다. 국민의 말을 듣는 방식, 사람을 쓰는 방식, 정책을 결정하는 방식, 반대 의견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
정부는 국민에게 성과로 답하고, 민주당은 정부가 국민의 뜻에서 벗어나지 않도록 책임 있게 역할을 하며, 야당과도 국가적 과제를 놓고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그 중심에는 언제나 하나의 질문이 있어야 한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옳은가.”
정권은 유한하지만 국가는 계속된다. 정부와 민주당에 충언하고 싶다. 여론의 숫자를 지나치게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그 속에 담긴 국민의 목소리를 가볍게 여겨서도 안 된다. 지지율을 올리는 기술을 찾기보다 국민이 보내는 신호를 통해 국정을 돌아보았으면 한다.
민생을 최우선에 놓고, 잘못된 인사는 바로잡으며, 정책의 부작용은 수정하고, 반대의 목소리까지 경청해야 한다. 대통령 주변에는 쓴소리를 하는 사람이 있어야 하고, 집권여당은 대통령을 보호하는 데 머물지 말고 성공적인 국정을 위해 필요한 고언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이 부탁은 야당에도 해당한다. 대한민국이 직면한 과제는 어느 한 정부나 어느 한 정당의 힘만으로 해결하기에는 너무 크다. 정권은 유한하지만 국가는 계속된다. 정당의 승리보다 국가의 성공이 중요하고, 정치인의 자리보다 국민의 삶이 중요하다.
국민이 바라는 것은 모든 일을 완벽하게 해내는 정부라기보다, 잘못하면 인정하고 부족하면 보완하며 국민의 목소리를 듣고 다시 앞으로 나아가는 정부일 것이다.
지지율은 국민의 마음을 따라 움직인다. 그러므로 지지율 자체를 붙잡으려 하기보다 국민의 신뢰를 쌓아야 한다. 그 출발점은 홍보도 이벤트도 아니다. 겸허한 성찰, 책임 있는 수정, 그리고 국민의 삶에서 확인되는 성과다.
내일 대통령 기자회견이 단순히 현안을 설명하는 자리를 넘어 국민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국정의 방향을 점검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정부와 여당의 성공만을 위해서가 아니다. 대한민국의 성공을 위해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