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공기업 CEO, 정치적 보상이 아니라 성과로 증명하라
― 한전 사장 선임을 ‘성과책임형 공공기관장제’의 출발점으로
한국전력공사는 단순히 전기를 공급하는 기업이 아니다. 국가 기간산업을 움직이는 전력을 책임지고 산업경쟁력과 에너지 안보를 뒷받침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공기업이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이 확대될수록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전력망 구축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전 사장은 수많은 공공기관장 가운데 한 자리가 아니다. 국가경제의 중요한 기반을 책임지는 최고경영자의 자리다.
김동철 한전 사장의 공식 임기가 2026년 9월 18일로 끝나면서 차기 사장 선임 문제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누구의 사람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
공기업 기관장 인사가 있을 때마다 이른바 ‘낙하산 인사’ 논란이 되풀이되어 왔다. 정치인 출신이라고 무조건 배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인이든 관료든 기업인이든 내부 전문가든 중요한 것은 출신이 아니라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경영능력, 그리고 성과를 만들어낼 능력이다.
그러나 공기업 사장 자리가 정치활동에 대한 보상이나 특정 인사의 경력 관리, 또는 정치인의 은퇴 후 자리를 마련하는 수단으로 이용되어서는 안 된다. 국민의 부담으로 운영되는 공기업의 최고경영자라면 정치적 배경보다 경영능력을 먼저 증명해야 한다.
먼저 지난 3년의 ‘경영 성적표’를 공개하자
새로운 CEO를 선임하기에 앞서 해야 할 일이 있다. 지난 경영진이 무엇을 약속했고 실제로 무엇을 이루었는지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이다. 한전의 경영성과는 객관적 지표로 평가할 수 있다. 재무구조와 부채는 얼마나 개선됐는가. 전력공급의 안정성과 전력망 확충은 얼마나 진전됐는가. 안전사고는 얼마나 줄었는가. 조직 생산성은 얼마나 높아졌는가. 에너지 신기술과 해외사업 등 미래 성장동력은 얼마나 확보했는가.
전기요금과 재무건전성이라는 어려운 과제를 어떻게 조정했는지도 평가해야 한다. 한전 스스로도 현 경영진의 주요 과제로 재무 정상화, 전력망 적기 확충, 에너지 신기술과 신사업을 통한 사업구조 혁신 등을 제시해 왔다. 그렇다면 이제 임기 동안 이 목표들이 얼마나 달성됐는지 객관적인 자료로 평가할 때다. 잘한 것은 인정하고 부족한 것은 원인을 밝혀야 한다. 이것이 책임경영의 출발이다.
차기 후보자는 ‘직무수행계획서’를 국민 앞에 내놓아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앞으로다. 차기 한전 사장에 도전하는 후보자라면 경력과 인맥만 내세울 것이 아니라 임기 동안 무엇을 하겠다는 것인지 구체적인 직무수행계획서를 제시해야 한다. 부채와 재무구조를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 전력망 투자를 어떻게 확대할 것인지, 조직 생산성을 얼마나 높일 것인지, 안전사고를 어떻게 줄일 것인지, 새로운 성장사업을 어떻게 만들 것인지 등을 가능한 범위에서 수치와 일정으로 제시하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그 계획서는 선임이 끝나면 서랍 속으로 들어가는 서류가 되어서는 안 된다. 취임 때 약속하고, 1년 후 평가하고, 중간평가를 거쳐 임기 종료 때 최종 성적표를 국민에게 공개해야 한다. 말하자면 ‘직무계획 공개 → 성과계약 → 중간평가 → 임기말 성적표 공개’라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느 정권의 어느 인사가 임명되더라도 최소한 국민 앞에서 자신이 한 약속에 대해서는 책임을 져야 한다.
한전에서 시작해 모든 공공기관으로 확대하자. 이 원칙은 한전에만 적용할 일이 아니다. 한국석유공사를 비롯해 기관장 교체와 선임이 이루어지는 다른 공기업에도 같은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 에너지 안보를 책임지는 석유공사 역시 기관장이 무엇을 약속했고 임기 동안 어떤 성과를 냈는지를 국민에게 설명하는 것이 책임경영의 기본이다.
더 나아가 중앙정부 산하 공기업과 공공기관은 물론 지방공기업과 지방자치단체 산하기관까지 확대할 필요가 있다.
국민과 주민의 세금이 들어가는 조직이라면 기관장을 임명할 때 임기 동안 달성할 핵심성과지표(KPI)를 제시하도록 하고 그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공기업이라면 재무건전성·생산성·안전·서비스·미래투자를 평가하고, 지방공기업과 지자체 산하기관이라면 재정효율·주민서비스·사업성과 등을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면 국민은 알 수 있다. 누가 말만 했는지, 누가 실제 성과를 만들었는지를 말이다.
◆‘자리의 정치’에서 ‘성과의 행정’으로
공공기관 인사의 문제는 단순히 정치인 출신이냐 아니냐에 있지 않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임명된 사람이 무엇을 책임져야 하는지 명확하지 않다는 데 있다. 정치인이든 관료든 전문가든 동일한 경쟁의 장에서 전문성과 경영능력, 직무수행계획으로 평가받게 하면 된다. 그리고 임기가 끝나면 약속했던 목표를 얼마나 달성했는지 국민에게 보고하도록 해야 한다.
공기업의 CEO 자리는 개인에게 주어지는 명예도, 정치적 보상도 아니다. 국민이 일정 기간 맡긴 책임의 자리다. 이번 한전 사장 선임이 단순히 한 사람을 바꾸는 인사로 끝나지 않기를 바란다. 정부가 이를 계기로 공기업과 공공기관, 지방공기업과 지자체 산하기관까지 아우르는 ‘성과책임형 기관장제’를 구축한다면 국가 전체의 생산성을 높이는 하나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이제 공공기관장 인사의 질문을 바꿀 때다. “누구를 앉힐 것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맡기고, 어떤 성과로 책임을 물을 것인가.” 공기업 CEO는 자리가 아니라 성과로 증명해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