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 반도체 시대, 우리는 다시 묻고 있다 -
오늘날 우리는 기업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가. 단순히 자본을 투자한 사람의 소유물인가, 아니면 노동자와 소비자, 국가와 사회가 함께 만든 공동체적 자산인가. 이 질문은 오래된 논쟁처럼 보이지만, AI와 반도체 산업이 국가 경쟁력을 좌우하는 시대에 다시 가장 첨예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최근 반도체 기업들을 둘러싼 성과급 논란과 노사 갈등은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니다. 그 안에는 “성과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근본적 질문이 숨어 있다. 과거 산업사회 초기에는 기업의 성과를 자본가의 결단과 투자 결과로 보는 시각이 강했다. 실제로 공장을 세우고 위험을 감수한 것은 자본이었다. 그러나 현대의 첨단산업은 과거와 전혀 다른 구조 속에서 움직인다.
오늘날 반도체 기업 하나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사회적 기반이 필요하다. 국가의 전력망과 용수 인프라, 세금 감면과 연구개발 지원, 대학의 공학교육, 숙련 노동자의 기술 축적, 협력업체 생태계, 소비자의 시장 신뢰가 모두 결합되어야 한다. 단순히 어느 한 개인이나 집단의 힘만으로 세계적 기업이 탄생하는 시대는 이미 지나갔다.
이런 점에서 보면 현대 기업의 성과는 “공동 생산물”에 가깝다. 자본은 중요한 요소이지만 유일한 요소는 아니다. 특히 첨단산업 노동자는 단순 노동력이 아니라 기술과 경험을 축적하는 전략적 자산이 되었다. 수년간 축적된 숙련과 노하우가 없으면 반도체 공정 하나도 안정적으로 운영하기 어렵다.
그런데 문제는 성과를 분배하는 과정에서 여전히 과거 산업사회의 논리가 강하게 남아 있다는 점이다. 기업은 글로벌 경쟁과 미래 투자를 이유로 성과 분배를 제한하려 하고, 노동자는 자신들의 기여가 정당하게 인정받지 못한다고 느낀다. 결국 서로가 서로를 비용과 부담으로 바라보는 구조가 형성된다.
노동조합 역시 딜레마를 안고 있다. 노조는 본질적으로 조합원의 몫을 확대하기 위해 존재한다. 따라서 구조적으로 더 많은 성과 배분을 요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기업의 미래 투자 여력을 무너뜨릴 정도의 과도한 단기 분배 요구는 장기적으로 노동자 자신에게도 위험이 될 수 있다.
반대로 기업도 성찰해야 한다.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하면서도 노동자들에게는 긴축만 요구하고, 경영진 보상은 급증시키며, 협력업체에는 원가 절감을 압박한다면 사회적 신뢰를 얻기 어렵다. 기업은 법적으로만 존재하는 조직이 아니라 사회적 신뢰 위에 존재하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 주요 국가들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이 문제를 풀어왔다. 일본은 기업을 장기 공동체로 보며 종신고용과 신뢰를 중시했고, 독일은 노동자를 경영의 일부로 참여시키는 공동결정제도를 발전시켰다. 미국은 성과 중심 보상과 스톡옵션을 통해 혁신을 유도했으며, 북유럽은 사회적 합의를 통해 경쟁력과 복지를 함께 추구했다.
완벽한 모델은 없다. 그러나 공통점은 하나 있다. 지속가능한 기업은 결국 “신뢰 구조”를 구축한 기업이라는 점이다.
기업이 노동자를 단순 비용으로만 보면 충성도와 숙련은 약화된다. 노동자가 기업을 단순 착취 대상으로만 보면 공동체 의식은 사라진다. 국가가 기업을 세금 창구 정도로만 바라보면 혁신 생태계는 무너진다.
이제는 기업에 대한 관점 자체를 다시 정립해야 한다. 기업은 단순히 주주의 사유재산만은 아니다. 그렇다고 모든 이해관계자의 공유재산도 아니다. 현대 기업은 자본·노동·국가·사회·소비자가 함께 참여하는 복합적 공동체에 가깝다. 따라서 성과 역시 어느 한쪽의 독점물이 되어서는 지속가능성을 확보하기 어렵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균형이다. 현재의 보상과 미래의 투자 사이의 균형, 자본의 위험과 노동의 기여 사이의 균형, 기업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 사이의 균형이다. AI와 반도체가 세계 질서를 바꾸고 있는 시대, 우리는 다시 묻고 있다.
“기업은 누구의 것인가?”
그리고 그 질문에 대한 답은 단순한 경제 논리를 넘어, 앞으로 우리가 어떤 사회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철학적 선택이 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