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l
<독립기관의 독립성과 책임성, 01>
독립기관도 국민 앞에서는 예외일 수 없다
- 독립성과 책임성, 이제는 함께 논의할 때다 -
민주주의는 권력을 신뢰하는 제도가 아니다. 권력을 견제하는 제도이다. 인류는 오랜 역사 속에서 권력이 스스로를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경험해 왔다. 그래서 권력 위에 또 다른 견제장치를 만들었고, 그 견제장치마저 다시 감시하는 구조를 만들어 왔다. 오늘날 민주주의의 삼권분립도 결국 그 연장선상에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는 새로운 질문 앞에 서게 되었다.
"독립기관은 누가 감시하는가?"
독립기관의 독립성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러나 독립성이 책임성마저 면제하는 면허가 될 수는 없다.
◆ 독립성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다
독립기관은 권력의 간섭을 막기 위해 존재한다. 선거관리기관은 정권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워야 하고, 사법기관은 정치적 압력으로부터 독립되어야 한다. 그렇기에 헌법은 이들 기관에 특별한 지위를 부여하고 있다. 그러나 독립성 자체가 목적은 아니다. 독립성은 공정한 업무 수행을 위한 수단일 뿐이다. 만약 독립성이 내부 비리나 부실 운영을 감추는 방패로 사용된다면 그것은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독립된 기관이 아니라 공정하고 책임 있는 기관이다. 독립은 그 목표에 이르는 방법일 뿐이다.
◆ 인간이 운영하는 조직은 완전할 수 없다
어떤 조직도 완벽하지 않다. 민간기업도 감사제도를 두고 있고, 학교도 평가를 받으며, 지방자치단체도 감사원의 감사를 받는다. 그 이유는 인간이 실수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유독 독립기관에 대해서는 "독립성을 침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외부 검증 논의 자체를 금기시하는 분위기가 존재한다. 이는 위험한 생각이다. 독립기관 역시 사람이 운영한다. 인사 문제도 발생할 수 있고, 예산 낭비도 있을 수 있으며, 조직문화의 폐쇄성도 생길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그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발생했을 때 바로잡을 수 있는 장치를 갖추는 것이다.
◆ 국민은 결과보다 과정의 투명성을 원한다
국민은 모든 기관이 완벽하기를 기대하지 않는다. 오히려 문제 발생 시 그것을 어떻게 처리하는지를 본다. 잘못이 발생했을 때 숨기지 않는가. 스스로 조사하는가. 결과를 공개하는가.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는가. 이러한 과정이 투명하게 공개된다면 국민의 신뢰는 유지된다. 반대로 독립성을 이유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거나 외부 검증을 거부한다면 국민의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 신뢰는 선언으로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투명성으로 얻어지는 것이다.
◆ 이제는 제도적 해법을 논의해야 한다
오늘날 필요한 것은 기관 간 권한 다툼이 아니다. 국민의 입장에서 책임성을 확보할 수 있는 새로운 제도 설계이다. 예를 들어, ∙독립기관 윤리감독위원회 설치, ∙정기적 외부평가 제도 도입, ∙채용 및 승진 절차 공개, ∙국민감사청구제 확대, ∙국회 보고 의무 강화, ∙내부고발자 보호 확대 등 다양한 대안을 논의할 수 있다.
중요한 것은 감시 공백을 방치하지 않는 것이다. 독립기관의 독립성은 유지하되 국민이 안심할 수 있는 책임성 장치를 마련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민주주의의 최종 주인은 국민이다 대한민국 헌법은 모든 권력이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선언하고 있다. 그렇다면 독립기관 역시 예외일 수 없다. 독립기관은 정부의 간섭으로부터는 독립될 수 있다. 정치권력의 압력으로부터도 독립될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감시와 평가로부터 독립될 수는 없다. 국민은 권력을 맡긴 주권자이기 때문이다. 민주주의에서 가장 위험한 순간은 권력이 스스로를 예외라고 생각하기 시작할 때이다. 예외가 많아질수록 신뢰는 줄어들고, 신뢰가 줄어들수록 민주주의는 약해진다.
◆ 맺음말
독립기관의 존재 이유는 국민을 보호하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독립기관의 독립성은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그러나 동시에 국민 앞에 책임지는 제도 또한 더욱 강화되어야 한다. 독립성과 책임성은 서로 충돌하는 가치가 아니다. 오히려 서로를 완성하는 가치이다. 독립성 없는 책임성은 권력의 간섭을 낳고, 책임성 없는 독립성은 특권을 낳는다.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한 단계 더 성숙하기 위해서는 이제 "독립이냐 견제냐"의 논쟁을 넘어 "독립성과 책임성을 어떻게 함께 구현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단순하다. 독립기관도 국민 앞에서는 결코 예외일 수 없다는 원칙을 확인하는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