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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식이 무너진 자리에 정치가 버티고 있다

  • 등록 2025.12.29 13: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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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상식이 무너진 자리에 정치가 버티고 있다

 

정치 기사들을 읽다 보면 피로를 넘어 스트레스를 느끼게 된다. 특정 정당이나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 전반에서 상식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듯한 장면들이 반복되기 때문이다. 잘못이 드러나도 사과하지 않고, 책임을 져야 할 자리에 있는 이들이 오히려 더 큰 소리로 버틴다. 그 모습은 정치적 논쟁 이전에 시민의 일상적 감각을 무너뜨린다.

 

 

불과 몇십 년 전만 해도 공직자는 사회적 논란에 휘말리면 사실관계와 무관하게 먼저 사과했다. 도의적 책임을 중시하던 시절, 공직은 특권이 아니라 짐이었고, 자리는 명예이기 이전에 부담이었다. 사과와 자진 사퇴는 패배가 아니라 최소한의 품격으로 여겨졌다. 그 문화가 완벽했던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 ‘부끄러움’이라는 기준은 살아 있었다.

 

그러나 요즘 정치에서는 그 기준이 보이지 않는다. 명백한 논란 앞에서도 “정치적 공격”이라는 말로 모든 비판을 밀어내고, 지지층의 환호를 방패 삼아 자리를 지킨다. 사과는 곧 패배로, 물러남은 곧 배신으로 규정된다. 그 결과 정치의 언어는 거칠어지고, 책임의 무게는 가벼워졌다.

 

상식이란 무엇인가. 상식은 법 조항이 아니다. 한 사회가 오랜 시간 합의해 온 최소한의 도덕성이다. 그런데, 일부 정치인들은 우리들이 알고 있는 상식과 다르게 처신하기에 시민들에게 피로감을 더해 주고 있다. 잘못을 했으면 사과하는 것, 책임 있는 자리에 있으면 책임을 지는 것, 공적 권한은 사적 이익보다 공익을 우선해야 한다는 것. 이 단순한 원칙들이 더 이상 자명하지 않게 되었을 때, 사회는 깊은 피로에 빠진다.

 

상식이 무너진 이유를 개인의 도덕성만으로 돌릴 수는 없다.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는 정치 구조, 진영 논리가 모든 판단을 삼켜버린 환경, 그리고 무책임을 관용으로 착각하게 만든 제도의 허점이 함께 작동했다. “우리 편이면 괜찮다”는 논리가 사실과 윤리를 압도하면서, 상식은 정치적 선택지 중 하나로 전락했다.

 

상식이 통용되는 사회는 처벌이 강한 사회가 아니다. 부끄러움이 작동하는 사회다. 잘못을 하면 법 이전에 스스로 물러나는 문화, 사과가 정치적 손실이 아니라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 되는 공론장, 개인의 주장은 제도 안에서 토론과 설득으로 다루어지는 구조가 갖춰진 사회다.

 

특히 국회의원의 역할은 분명하다. 의원은 ‘외치는 사람’이 아니라 ‘설득하는 사람’이다. 개인의 주장은 원내에서 논쟁하고 표결로 책임져야 한다. 원외에서 감정을 동원해 개인 정치를 펼치는 것은 용기가 아니라 제도의 회피이며, 민주주의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행위다.

 

상식을 회복하기 위해 필요한 것은 거창한 개혁 담론만이 아니다. 정치인은 버틸 수 있는 힘보다 물러날 줄 아는 품격을 배워야 하고, 시민은 지지하되 기준을 낮추지 않아야 한다. 언론은 자극보다 책임의 구조를 묻고, 제도는 반복적 일탈에 정치적 비용이 따르도록 보완되어야 한다.

 

상식은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니다. 포기하지 않는 시민의 기준 속에서 되살아난다. 부끄러운 짓을 했으면 사과할 줄 알고, 공직을 맡았으면 뒤로 물러날 줄 아는 정치. 그 단순한 상식이 다시 통용될 때, 정치로 인한 스트레스도 비로소 줄어들 것이다.

이상수 기자 yume20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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