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성공을 축하할 수 있는 사회,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 등록 2025.12.06 21:09:10
크게보기

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남의 성공을 축하할 수 있는 사회, 우리는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가

 

“사돈 땅 사면 배 아프다.”

우리가 흔히 아는 이 속담은 남의 성공을 시기하는 태도를 비꼬는 표현으로 알고 있다. 그런데 이 말의 본래 의미는 정반대였다. 농경사회에서 ‘배가 아프다’는 말은 너무 기뻐서 거름(대변)이라도 보태 주겠다는 적극적 축하의 표현이었다. 이웃이 땅을 사면 마을 전체의 풍년이 기대되었고, 그래서 사람들은 함께 도우며 기쁨을 나누었다. 남의 성공을 나의 실패로 여기지 않고, 공동체의 번영으로 받아들였던 시대가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부터 이 속담은 부정적 의미로 뒤바뀌었고, 우리는 남의 잘됨을 경계하고 비교하는 데 익숙해졌다. 시기심은 시대의 산물이기도 하다. 경쟁이 치열한 사회일수록 남의 성공은 곧 ‘내가 밀린 것 아닌가’라는 불안과 연결된다. 타인의 성취가 내 위치를 흔드는 위협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인간의 뇌는 본래 비교를 통해 생존을 확인하도록 설계되어 있어, 비교심과 시기심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다만 문제는 그 감정이 사회적 문화로 굳어질 때이다. 시기 문화가 확산될수록 협력은 약해지고, 공동체는 분열되며, 개인의 마음은 더욱 메말라 간다.

 

◆ 왜 우리는 남의 잘됨을 편히 축하하지 못하는가

 

사람이 타인의 성공에 불편함을 느끼는 데는 몇 가지 심리적 이유가 있다.

첫째, 상대적 박탈감의 착각이다. 누군가 승진하거나 사업에 성공하면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자신의 삶을 같은 자리에서 바라본다. 마치 그의 성공이 내 몫을 빼앗은 것처럼 느끼는 것이다. 그러나 성공은 대부분 제로섬이 아니다. 누군가가 잘된다고 해서 내가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둘째, 자존감의 부족이다. 자존감이 약한 사람일수록 타인의 성공을 자신의 무능함으로 해석한다. ‘왜 나는 못했지?’라는 생각이 ‘너만 잘났냐’는 감정으로 변한다. 반대로 자신의 삶에 충만감을 가진 사람은 타인의 성공에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

 

셋째, 공동체 감각의 약화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이웃의 성공이 곧 마을 전체의 풍요였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개인화가 심해져, 타인의 성공이 오히려 비교와 경쟁의 출발점이 되기 쉽다.

 

◆ 시기심을 축하의 마음으로 바꾸는 방법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시기심을 넘어 ‘축하하는 마음’을 회복할 수 있을까.

첫째, ‘비교’보다 ‘이정표’의 관점으로 바라보기다. 남의 성공을 내 삶의 실패 신호로 받아들이지 말고, “아, 저렇게도 갈 수 있구나”라는 새로운 가능성의 확인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둘째, 감정에 이름을 붙이는 것이다. 누군가 성공했을 때 묘한 불편함이 든다면, “아, 지금 내가 조금 시기하는구나”라고 스스로에게 말해보라. 감정을 인정하면 감정은 절반으로 줄어든다.

 

셋째, 축하의 말을 먼저 건네기다. 심리학자들은 행동이 감정을 만들어낸다고 말한다. 축하의 말을 먼저 하면 마음도 그 말을 따라간다. “정말 잘했네! 너 덕분에 나도 자극이 된다.” 이 한마디는 관계를 열고 마음을 넓히는 가장 강력한 실천이다.

 

넷째, 배움의 관점으로 전환하기다. “왜 그는 성공했을까?”라는 질투의 질문을 “나는 무엇을 배울 수 있을까?”라는 성장의 질문으로 바꿔보자. 시기심은 나를 소모하지만, 배움은 나를 확장시킨다.

 

◆ 실제 사례가 보여주는 축하의 힘

 

30대 직장인 A씨는 동기가 승진할 때마다 우울했다. 자신이 뒤처졌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용기를 내어 동기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 뜻밖에도 동기는 업무 노하우와 자료를 아낌없이 공유했고, 덕분에 A씨 역시 이듬해 승진했다. 축하는 관계를 열었고, 관계는 기회를 만들어냈다.

사업가 두 명의 사례도 있다. 같은 시기 비슷한 업종에서 시작했지만, 한 사람은 경쟁자를 헐뜯느라 시간을 보냈고, 다른 한 사람은 이웃 가게의 성공을 본받아 협업을 제안했다. 몇 년 뒤 결과는 극명하게 갈렸다. 결국 남의 성공을 어떻게 바라보느냐가 자신의 미래를 가른 것이다.

 

◆ 축하할 줄 아는 사람이 결국 축하받는다

 

시기심은 인간적이지만, 축하하는 마음은 성숙한 선택이다. 축하할 줄 아는 사람은 결국 더 많은 관계, 더 많은 기회, 더 많은 존중을 얻게 된다. 축하는 상대에게 향하는 것이지만, 돌아오는 것은 나에게 축적되는 신뢰이다. 이제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남의 성공을 시기하는 사회와 축하하는 사회 중 어디에 살고 싶은가?” 속담의 본뜻처럼, 사돈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플 정도로 기뻐하는 마음, 그 마음을 오늘 우리가 다시 되살릴 수 있다면 우리 사회는 더 밝고 따뜻한 공동체로 성장할 것이다. 남의 성공을 진심으로 축하하는 용기, 그것이 성숙한 사회를 여는 첫 걸음이다.

이상수 기자 yume2030@hanmail.net
©KBN 한국벤처연합뉴스의 모든 컨텐츠는 저작권법에 의해 보호받는 저작물로써 무단 사용을 금합니다.









· 서울본사 : 서울특별시 영등포구 국회대로74길20, 맨하탄21-1004호
· 광주본사 : 광주광역시 서구 상일로 56, 5층 전관
· 제호 : KBN한국벤처연합뉴스 | 상호 : 예람컴퍼니
· 등록번호 : 광주 아00378 | 등록일 : 2021-08-11
· 전화번호 : 1877-1606 | 대표이메일 : jbn1606@naver.com
· 청소년보호책임자 : 구일암
· 회장 : 박철환 | 부회장 : 오방용, 박을순
· 발행인 : 구일암 | 편집인 / 편집국장 : 박종배 | 보도국장 : 최도영
· 취재부장 : 정순영 | 조직총괄본부장 : 이재배
· Copyright @KBN 한국벤처연합뉴스 Corp.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