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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질문을 멈춘 사회는 퇴보한다

  • 등록 2026.03.10 16: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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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육·언론·제도의 경직화가 만드는 침묵의 구조 -

<칼럼>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앤트밀현상과 민주주의 ⑤>

 

질문을 멈춘 사회는 퇴보한다

- 교육·언론·제도의 경직화가 만드는 침묵의 구조 -

 

사회가 건강할 때 가장 많이 들리는 말은 의외로 조용한 질문들이다. “왜 그런가”, “다른 방법은 없는가”, “이 결정의 책임은 누가 지는가.” 질문은 사회의 속도를 늦추는 장치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방향을 바로잡는 브레이크다. 이 브레이크가 사라질 때 사회는 빨라지는 것이 아니라, 위험해진다.

 

 

질문이 사라진 사회의 공기는 단순해진다. 복잡한 설명은 줄고, 단정적인 구호가 늘어난다. 비판적 사고는 불편함으로 취급되고, 질문은 분위기를 흐리는 행위로 여겨진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은 묻지 않는 법을 배운다. 질문을 던지기보다 눈치를 보고, 이해하려 하기보다 따르는 것이 안전하다는 신호가 사회 전반에 퍼진다.

 

이 현상은 교육에서 가장 먼저 나타난다. 교육이 질문을 키우는 과정이 아니라 정답을 빠르게 찾는 훈련으로 바뀔 때, 학생들은 사고의 근육을 잃는다. 왜 그런지 묻기보다, 무엇이 나오는지를 외운다. 질문은 시험에 도움이 되지 않고, 오히려 시간을 낭비하는 것으로 간주된다. 그렇게 길러진 세대가 사회로 나오면, 질문 없는 순응은 자연스러운 태도가 된다.

 

언론 역시 질문을 멈출 때 사회는 빠르게 경직된다. 권력을 향한 질문 대신 받아쓰기식 보도가 늘고, 맥락 설명보다 자극적인 발언이 반복 재생된다. 언론이 묻지 않으면 시민도 묻지 않는다. 질문 없는 정보는 정보가 아니라 지시문에 가깝다. 이런 환경에서 시민은 판단의 주체가 아니라 소비자가 된다.

 

제도는 질문을 가장 불편해하는 영역이다. 절차와 규칙은 안정성을 제공하지만, 동시에 경직될 위험을 안고 있다. 제도가 질문을 거부하기 시작하면, “원래 그렇다”, “규정상 어쩔 수 없다”는 말이 모든 논의를 덮는다. 제도는 인간을 위해 존재하지만, 질문이 사라진 제도는 인간을 제도의 부속품으로 만든다.

 

질문이 멈춘 사회의 공통된 특징은 책임의 실종이다. 질문이 없으면 설명도 필요 없다. 설명이 없으면 책임을 질 주체도 흐려진다. 결정은 반복되지만, 그 결정의 결과에 대해 묻는 사람은 점점 줄어든다. 이 구조 속에서 오류는 수정되지 않고 누적된다.

 

질문은 반항이 아니다. 질문은 공동체를 유지하는 최소한의 윤리다. 질문하는 시민은 완벽한 해답을 요구하지 않는다. 다만 결정이 합리적인지, 절차가 공정했는지, 약자의 목소리가 배제되지 않았는지를 묻는다. 이 질문이 지속될 때 사회는 느리지만 단단해진다.

 

퇴보는 갑작스럽게 오지 않는다. 질문이 사라질 때, 사회는 조용히 뒤로 물러난다. 교육이 질문을 허용하고, 언론이 권력을 향해 묻고, 제도가 시민의 질문을 감당할 수 있을 때 민주주의는 작동한다. 반대로 질문을 귀찮아하는 사회는 스스로 발전의 가능성을 닫는다.

 

질문은 불편하지만, 그 불편함이 사회를 살린다. 질문을 멈춘 사회는 안정을 얻는 대신, 미래를 잃는다. 끝.

 

<다음 칼럼 예고>  

<앤트밀현상과 민주주의 ⑥> “민주주의 적은 독재가 아니라 무관심이다”

 

<관련 칼럼>

<앤트밀현상과 민주주의 ①> 국민들이 ‘앤트밀 현상’을 일으키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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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트밀현상과 민주주의 ②> 왜 우리는 맹목적 추종에 빠지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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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수 기자 yume20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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