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임은정 검사장의 리더십을 묻는다
― 결론보다 중요한 것은 절차이다 ―
대형 사건의 리더십은 언제나 불편한 질문을 동반한다. “그가 옳았는가, 틀렸는가”보다 먼저 물어야 할 것은 이것이다. 그는 그 자리에 합당한 방식으로 책임을 다했는가. 마약 밀수와 수사 외압 의혹은 단일 사건이 아니다. 공권력의 신뢰, 기관 간 견제, 그리고 국민 안전의 체계가 동시에 시험대에 오른 사안이다.
서울동부지검 검경합동수사단은 2025년 12월 9일, 백해룡 경정이 제기한 ‘세관 연루’ 및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 위법성이 확인되지 않았다며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밀수범 진술의 신빙성 문제와 통역 과정의 오류 등이 판단 근거로 제시됐다.
법률적으로 이는 “증거 부족으로 혐의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결론일 수 있다. 그러나 국민의 질문은 그 다음에 있다. 무혐의가 곧 해소는 아니다. 국가적 불안을 야기한 사건이라면, 결론만큼이나 “왜 그런 결론에 이르렀는가”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수사의 정당성은 처분서가 아니라 사회적 신뢰 속에서 완성된다.
이번 사안에서 논란을 키운 것은 리더의 소통 방식이었다. 합수단을 지휘하는 동부지검장과 파견 수사관 사이의 충돌, 파견 해제 검토를 둘러싼 공방은 논쟁을 ‘수사의 언어’가 아닌 ‘대립의 언어’로 끌고 갔다.
그러나 리더의 역할은 갈등을 외부로 확산시키는 데 있지 않다. 내부 이견을 조정해 하나의 공식적 설명으로 정리하는 것, 그것이 수사기관 리더십의 본령이다. 국민에게 중요한 것은 승패가 아니라, 무엇이 밝혀졌는가다.
SNS 소통 역시 양날의 칼이다. 시민과의 소통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다만 공식 책임자의 1차 소통 창구가 SNS가 되는 순간, 수사기관은 스스로 제도의 무게를 가볍게 만든다. 수사는 기록과 절차로 말해야 한다. 설명은 브리핑과 문서로 남아야 한다. 공권력의 말이 게시물로 소비될 때, 남는 것은 설득이 아니라 감정의 파편이다.
여기에 더해 ‘이동’의 문제도 제기됐다. 동부지검장이 중수청을 지망했다는 보도가 나오자, 국민이 느낀 불안은 단순한 인사 문제 때문이 아니었다. 설명이 끝나기 전에 책임자가 떠나는 인상, 바로 그것이 문제였다. 질문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결론만 남으면, 그 빈칸은 의혹으로 채워진다. 국가적 사건에서 리더가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비판이 아니라 불신의 축적이다.
최근 논란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합수단 파견 수사관이 자신이 검토했던 수사 기록과 증거 사진 일부를 공개하며 판단을 국민에게 맡기겠다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는 해석의 문제가 아니라 사실관계 자체에 대한 검증 요구다.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신원이 특정된 다수의 마약 밀수 조직원들이 동일 공항을 반복적으로 출입했고, 일부는 검거 가능성이 있었음에도 즉각 조치되지 않은 정황이 제시된다. 출국과 재입국이 단기간에 반복된 사례, 자백 기록이 존재함에도 확대 수사로 이어지지 않은 부분, 입국 과정의 영상·검색 기록 부재 등은 단순한 주장으로 치부하기 어려운 질문을 남긴다.
이 질문들은 특정 인물을 단죄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국경 관리와 수사 체계가 정상적으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구조적 의문이다. 이 지점에서 무혐의라는 결론은, 충분한 설명 없이는 불신을 해소할 수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감정적 공방이 아니라 대안적 리더십의 실행이다.
첫째, 공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사실관계를 쟁점별로 정리해 추가 설명해야 한다.
둘째, 공항·세관·검찰·경찰 간 협업 체계의 구조적 허점을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셋째, 의혹 제기자를 배제하는 대신, 이견을 기록으로 남기고 외부 검증이 가능하도록 제도화해야 한다.
넷째, 인사 이동 이전에 설명을 종결하는 책임 있는 태도가 필요하다.
수사는 끝날 수 있다. 그러나 설명은 끝나선 안 된다. 국가적 사건에서 리더십은 결론이 아니라 절차로 평가받는다. 무혐의는 법적 판단일 수 있으나, 납득은 민주사회에서 공권력이 반드시 획득해야 할 공적 자산이다. 지금 필요한 것은 승패가 아니라 설명이다. 그리고 그 설명을 끝까지 책임지는 리더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