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캄럼니스트 이상수 |
기획시리즈<사법신뢰회복 ①>
법은 왜 존재하는가
- 사법 신뢰 붕괴 앞에서 다시 묻는 질문 -
요즘 대한민국 사회를 바라보는 시민들의 마음은 무겁다. 분노라기보다 허탈에 가깝다. 지도층의 정의롭지 못한 행태, 상식을 뛰어넘는 몰지각한 행동들이 반복되면서 “이 나라의 법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근본적 질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표현은 거칠 수 있으나, 대낮에 흉기를 들고 타인의 물건을 훔치는 장면을 연상시킬 만큼 법과 정의가 공공연히 무시되는 듯한 인상을 주는 현실은 결코 가볍게 넘길 수 없다.
◆ 설명되지 않는 판결이 남기는 상처
특히 사법부를 향한 불신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법의 논리와 상식을 외면한 듯한 판결이 이어지고, 그 과정에 대한 설명마저 충분하지 않을 때 시민들은 패소 그 자체보다 ‘이해할 수 없음’에 더 큰 좌절을 느낀다. 법은 결과 이전에 절차와 논증으로 신뢰를 얻어야 한다. 설명 없는 판결은 설득력을 잃고, 설득력을 잃은 사법은 권위마저 흔들린다.
◆ 개인의 일탈이 아닌 구조의 문제
오늘의 사법 불신은 일부 판사의 일탈로만 설명되기 어렵다. 구조적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흔히 권력의 실체는 개인의 능력보다 인사권과 재정권에서 나온다고 한다. 사법부 역시 예외가 아니다. 판사 인사권이 특정 위치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있을 경우, 재판의 독립성은 제도적으로 위협받을 수밖에 없다. 눈에 보이지 않는 압력과 기대는 ‘양심의 재판’을 ‘눈치의 재판’으로 바꾸는 위험한 토양이 된다.
◆ 양심의 판사를 고립시키는 현실
물론 묵묵히 판사의 존재 이유를 되새기며 양심에 따라 판단하는 재판관들도 분명 존재한다. 그러나 그 소수가 고립되고 침묵을 강요받는 구조라면, 사법부 전체의 신뢰는 회복되기 어렵다. 더 심각한 문제는 재판이 어느새 거래의 대상처럼 인식되는 순간이다. 대기업이나 막강한 이해관계자가 얽힌 소송에서 논리와 증거가 충분함에도 불구하고 납득하기 어려운 결론이 반복될 때, 시민은 법 앞의 평등을 의심하게 된다.
◆ 사법 신뢰 회복의 출발점
이 악순환을 끊기 위해서는 근본적 처방이 필요하다. 판사 인사권의 분산과 견제 장치 마련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독립적이고 실질적인 인사 검증 구조를 통해 다양한 의견이 반영되도록 하고, 판결의 설명 책임을 강화해야 한다. 판결문은 법관 개인의 문서가 아니라 시민에게 보내는 공적 설명서이기 때문이다.
법은 강자를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강자는 언제든 다른 수단을 가질 수 있다. 법이 필요한 이유는 힘없는 이들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언어이기 때문이다. 오늘 시민들이 추위 속에서도 정의를 외치는 이유는 거창한 요구가 아니다. 법이 본래 있어야 할 자리로 돌아와 달라는, 너무도 상식적인 요청일 뿐이다. 지금이야말로 사법이 스스로에게 묻고 답해야 할 시간이다. “법은 왜 존재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