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이름도 못 정하는 통합, 누구를 위한 특별시인가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이 이름을 처음 들었을 때 드는 느낌은 무엇인가. 새로운 미래에 대한 기대인가, 아니면 급하게 이어 붙인 행정적 편의의 흔적인가. 냉정하게 말하면, 지금의 명칭은 통합의 비전이 아니라 준비 부족의 결과물에 가깝다.
도시의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다. 그것은 철학이며 방향이며, 그 도시가 어떤 미래를 선택했는지를 보여주는 선언이다. 그런데 지금 논의되는 이름에서는 그 어떤 철학도, 방향도 읽히지 않는다. 이름 하나에서조차 미래를 설계하지 못한 통합이 과연 제대로 작동할 수 있을지, 시민들은 묻지 않을 수 없다.
◆ ‘붙여놓은 이름’, 통합이 아니라 봉합이다
‘전남’과 ‘광주’를 그대로 이어 붙인 이름은 통합이 아니라 봉합이다. 갈라져 있던 두 지역을 하나로 묶겠다는 의지라면, 최소한 새로운 이름 속에 새로운 정체성이 담겨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명칭은 과거의 두 틀을 그대로 유지한 채, 그 위에 ‘통합’이라는 단어만 덧붙여 놓은 수준이다.
이런 이름으로는 통합 이후에도 갈등의 구조를 해소하기 어렵다.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마다 ‘전남’과 ‘광주’라는 이름은 다시 분리의 기준이 될 것이다. 이름이 통합을 이끄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분열을 반복시키는 장치로 작동할 가능성이 크다. 통합은 물리적 결합이 아니라 화학적 결합이어야 한다. 그러나 지금의 이름에서는 그 어떤 ‘새로운 결합’도 보이지 않는다. 단지 과거의 연장선일 뿐이다.
◆ 길고 애매한 이름, 경쟁력은 없다
도시는 이름으로 경쟁한다. 간결하고 명확한 이름은 곧 브랜드가 되고, 그 도시의 이미지를 만든다. 그러나 ‘전남광주통합특별시’라는 명칭은 길고 복잡하며, 무엇보다도 무엇을 의미하는지 분명하지 않다.
외부에서 이 도시를 바라보는 시선은 냉정하다. 투자자도, 기업도, 청년도 이름에서 방향성과 비전을 읽지 못하면 움직이지 않는다. 이름이 불명확하면 도시의 전략도 불명확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통합’이라는 단어 자체다. 통합은 과정이지 결과가 아니다. 도시의 이름은 앞으로 무엇이 될 것인가를 보여주어야 하는데, 지금의 명칭은 무엇을 했는지만 설명하고 있다. 미래가 아니라 과거를 이름으로 쓰고 있는 셈이다.
◆ 침묵하는 후보들, 책임은 피할 수 없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명칭에 대해 특별시장 후보들이 사실상 침묵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이름을 그대로 쓸 것인지, 바꿀 것인지, 아니면 시민의 판단에 맡길 것인지조차 분명히 밝히지 않고 있다. 이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면, 통합의 방향 또한 불분명할 수밖에 없다. 이름 하나에 대한 입장도 내놓지 못하는 후보가 과연 복잡한 통합 행정을 책임질 수 있겠는가. 지금 필요한 것은 추상적인 비전이 아니라, 가장 기본적인 질문에 대한 명확한 답이다.
후보들은 답해야 한다. 이 이름을 유지할 것인가. 새로운 도시 정체성을 설계할 것인가. 시민 공론화를 거칠 의지가 있는가. 이 세 가지 질문에 답하지 않는다면, 그 어떤 통합 공약도 공허한 선언에 불과하다. 통합은 선언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름에서부터 완성되어야 한다. 이름이 흔들리면, 도시의 방향도 흔들린다.
지금의 ‘전남광주통합특별시’라는 명칭은 통합의 출발선이 아니라 한계를 미리 드러낸 경고에 가깝다. 이 상태로 출발한다면, 그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갈 것이다. 이름도 정하지 못한 통합을 맞이하여야 할 현실, 그것이야말로 가장 무책임한 행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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