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AI 시대, 인문학은 선택이 아니라 산업의 안전장치다

  • 등록 2026.02.01 14:3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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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AI 시대, 인문학은 선택이 아니라 산업의 안전장치다

 

인공지능(AI)의 발전 속도는 인간의 예상을 앞지르고 있다. 문서 작성, 번역, 설계, 상담, 영상 편집까지 AI가 해내는 시대다. 많은 이들이 “AI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미래를 가진다”고 말한다. 그러나 이 말은 절반만 맞다. 기술은 능력을 제공하지만, 그 능력을 어디에 써야 하는지까지 알려주지는 않는다. 그래서 AI 시대일수록 더 중요해지는 질문이 있다. “기술은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

 

 

세계 어디에 존재하는 산업 활동도 궁극의 목표는 하나다. 바로 “인간을 위하여”라는 목적이다. 기업은 고객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존재하고, 행정은 시민의 안전과 복지를 위해 작동하며, 교육은 사람을 사람답게 성장시키기 위해 수행된다. 그렇다면 우리는 다시 묻게 된다. 인간이란 무엇인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올바른 삶이란 무엇인가. 이 질문은 기술이 대신 답해주지 못한다. 이 질문을 붙잡고 기준을 세우는 일이 바로 인문학의 역할이다.

 

1. 기술은 능력을 주지만, 방향은 주지 못한다

 

AI는 질문에 답할 수 있다. 그러나 질문이 옳은지 그른지, 답이 인간을 살리는지 해치는지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지지 않는다. AI는 “어떻게 하면 더 빨리 팔 수 있는가”에는 능숙하지만 “사람을 해치지 않으면서 팔 수 있는가”는 묻지 않는다. “여론을 움직이는 문장”을 만들 수는 있지만 “그 여론이 진실 위에 있는가”까지 판단하지는 않는다. 기술이 강해질수록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속도가 아니라 양심이다. 그리고 그 양심을 단단히 붙잡아주는 학문이 철학과 윤리, 역사와 문학 같은 인문학이다.

 

2. AI의 위험은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의도에서 시작된다

 

최근 일부 전문가들은 AI가 인간을 위해 긍정적인 역할만을 하리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경고한다. 기술 자체가 선하거나 악한 것이 아니라, 그것을 설계하고 사용하는 사람의 의도와 가치가 결과를 결정하기 때문이다. 모든 인간을 위한다는 전제 위에서 기술이 발전한다면 AI는 인류의 삶을 편리하게 만들 것이다. 그러나 개인의 이익과 시장 지배만을 목표로 기술이 사용된다면 AI는 인간을 돕는 도구가 아니라 인간을 통제하는 장치로 변질될 위험도 있다. 결국 AI 시대의 핵심 경쟁은 “누가 더 빨리 만드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인간답게 설계하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인문학은 흔히 책 읽는 취미나 교양 정도로 오해된다. 그러나 인문학은 산업 활동의 바닥을 지탱하는 안전장치다. 산업은 결국 사람을 상대한다. 사람은 단순한 소비자가 아니라 감정과 상처, 존엄과 관계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다. 인간을 이해하지 못하면 서비스는 폭력으로 바뀌고, 효율만 앞세운 정책은 약자를 배제하며, 수익만 좇는 기술은 사회적 신뢰를 파괴한다. 그래서 ‘인간 중심’ 산업을 하려면 인문학적 소양이 필요하다. 인간의 욕망과 불안을 읽는 능력, 사회의 변화와 갈등을 해석하는 시야, 옳고 그름을 가르는 윤리 감각, 약자를 보호하는 책임감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3. 인문학 공부는 거창함이 아니라 습관에서 완성된다

 

그렇다면 인문학 공부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거창할 필요는 없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과 생활화다. 한 달에 한 권이라도 깊게 읽고, 읽은 내용이 내 삶의 기준으로 남도록 정리하는 습관이 필요하다. 또한 하루에 한 줄이라도 “나는 오늘 무엇을 옳다고 믿었는가” “나는 무엇을 편리함 때문에 외면했는가” 같은 질문을 적어보는 훈련이 중요하다. 인문학은 정답을 암기하는 공부가 아니라 스스로 질문을 세우는 공부이기 때문이다. 뉴스와 사회 현상도 단순한 사건으로 소비하지 말고 그 속에 담긴 가치 충돌과 책임의 문제를 읽어내려는 태도가 필요하다.

 

AI 시대는 인간이 기계와 경쟁하는 시대가 아니다. 인간이 인간다움을 지켜낼 수 있는지 시험받는 시대다. 기술은 인간을 대신할 수 있어도, 인간이 되어야 할 이유까지 대신할 수는 없다. 산업 활동이 끝까지 “인간을 위하여”라는 목적을 잃지 않도록 붙잡아주는 힘, 그 힘이 바로 인문학이다. 인문학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이며, 개인의 교양이 아니라 사회의 안전장치다. AI 시대의 진짜 인재는 기술을 잘 다루는 사람이 아니라, 기술을 인간답게 사용할 기준을 가진 사람이다. 

이상수 기자 yume20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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