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김필용 |
사람에게는 누구나 마음속에 지워지지 않는 풍경 하나쯤은 품고 산다. 내게 그 풍경은 사방이 초록으로 물든 황토밭과 끝없이 펼쳐진 다도해의 푸른 물결, 바로 해남이다. 흔히 사람들은 해남을 '땅끝'이라 부르지만, 고향을 떠나온 이들에게 그곳은 모든 그리움이 시작되는 '시작점'이자 지친 삶을 보듬어 주는 마지막 안식처다.
굽이굽이 흐르는 고천암의 바람과 달콤한 황토의 기억
해남의 공기는 결부터 다르다. 고천암호의 갈대숲을 스치고 지나는 바람에는 갯벌의 짠 내음과 비옥한 황토의 단내가 섞여 있다. 어린 시절, 빨간 흙을 발가락 사이로 만지며 뛰놀던 그 밭에서 자란 고구마는 세상 그 어떤 진미보다 달콤했다. 곱디고운 손으로 고구마를 쪄주시던 어머니의 미소는 해남의 햇살을 닮아 무척이나 따사로웠다.
대흥사의 고즈넉함과 두륜산이 주는 위로
마음이 소란스러울 때면 대흥사
십리숲길을 떠올린다. 편백나무와 삼나무가 내뿜는 향기는 복잡한 도시의 소음을 씻어내기에 충분했다. 가련봉 아래 굽어보는 해남의 전경은 호방하면서도 섬세하다. 산세를 따라 내려오면 만나는 명량의 거친 바다는 우리 선조들의 강인한 기개를 일깨워주며, 고향 사람들의 묵직하고 진솔한 심성을 닮아 있다.
다시, 해남으로 돌아가는 이유
세상은 빠르게 변하고 고향의 모습도 조금씩 달라지지만, 해남이 주는 정겨움의 본질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은 단순히 장소의 문제가 아니라, '언제든 돌아와도 좋다'고 말해주는 넉넉한 인심과 대지의 생명력 때문이다.
해남은 단순히 지도상의 끝이 아니다. 우리가 다시 일어설 힘을 얻는 희망의 발원지다. 오늘도 나는 마음속으로 해남의 황토길을 걷는다. 그 길 끝에는 언제나 나를 기다려주는 따뜻한 밥상과 정겨운 어머니의 사랑이 살아 숨 쉬고 있기 때문이다.
흑석산의 노루는 지금도 잘 지내고 있을까!
까맣고 둥그런 눈동자의 모습이 아직도 새록새록 생각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