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출범 준비는 잘되고 있는가
2026년 7월, 호남권의 지도를 바꿀 대전환인 ‘전남광주통합특별시’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그러나 이름표를 바꾼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저절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단순한 행정구역의 합병(M&A)이 아니라, 서로 다른 행정 유전자가 결합해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내는 ‘화학적 융합’이다. 통합의 성패는 선언이 아니라 설계에 달려 있다.
1. 통합은 ‘물리적 결합’이 아니라 ‘화학적 결합’이라야 하지 않을까
우리가 경계해야 할 것은 겉모습만 하나로 묶인 ‘물리적 결합’이다. 이 경우 조직은 통합되었으나 운영은 이원화되고, 인사 갈등과 행정 비효율이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 더 나아가 지역 간 소외와 불신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 진정한 의미의 ‘화학적 결합’은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첫째, 단일 의사결정 체계 구축이다. 중복된 권한과 절차를 제거하고 하나의 컨트롤 타워로 행정을 일원화해야 한다.
둘째, 데이터 기반 행정 전환이다. 경험과 관행이 아니라 데이터에 근거한 정밀한 정책 설계와 집행이 이루어져야 한다.
셋째, 주민 편익의 상향 평준화이다. 어느 지역에 살든 동일한 수준의 행정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기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결국 통합의 본질은 ‘지역의 합’이 아니라 ‘시스템의 재설계’에 있다. 전남과 광주라는 구분을 넘어, 하나의 도시로 사고하고 결정하는 체계로 전환하지 않는다면 통합은 이름뿐인 실험에 그칠 것이다.
2. 성공을 가르는 5대 핵심 설계 축
통합특별시의 성패는 다음 다섯 가지 설계 축에서 갈린다.
첫째, 인사와 조직의 원팀화다. 직급·보수 체계의 통일은 가장 민감하지만 반드시 넘어야 할 과제다. 독립적인 ‘인사조정위원회’를 통해 공정한 기준을 마련하고, 핵심 부서부터 단계적으로 통합해야 한다.
둘째, 자치법규의 전면 정비다. 두 지역의 2,600 여개의 조례를 전수 점검하여 충돌을 제거해야 한다. 특히 복지와 인허가 기준은 신속히 통합하되, 지역 특성은 ‘특례’로 보완하는 유연성이 필요하다.
셋째, 행정 데이터의 완전한 통합이다. 주민등록, 세제, 복지 시스템이 단절 없이 연결되지 않으면 시민 불편은 즉각적으로 나타난다. 통합 플랫폼 구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넷째, 재정 구조의 단일화다. 단순한 예산 통합을 넘어 ‘상생발전기금’과 같은 재정 장치를 통해 지역 간 격차를 전략적으로 해소해야 한다.
다섯째, 산업 벨트 중심의 공간 재편이다. 광주의 AI·모빌리티 산업과 전남의 에너지·조선·농수산 기반을 하나의 경제권으로 연결해야 한다. 행정구역이 아니라 기능 중심으로 도시를 재설계할 때 비로소 경쟁력이 생긴다.
3. 지금 우리가 놓치고 있는 것들
문제는 현재의 논의가 구호에 머물고 있다는 점이다. 통합을 말하는 목소리는 크지만, 실행을 위한 구체적 설계도는 보이지 않는다. 무엇보다 과도기 리스크 관리 전략이 부재하다. 출범 초기 전산 오류, 법규 충돌, 행정 공백은 충분히 예견되는 문제다. 최소 1년 이상의 시범 운영과 단계적 통합 계획이 반드시 필요하다. 또한 시민 참여가 실종되고 있다. 통합 논의가 행정과 정치의 영역에 머물러서는 안 된다. 교통요금, 복지 기준, 생활 인프라와 같은 체감형 의제를 통해 시민이 통합의 효과를 직접 느끼도록 해야 한다. 시민이 빠진 통합은 결국 지속성을 확보할 수 없다.
4. 특별시장 후보들의 ‘통합 비전’, 왜 보이지 않는가
6·4 지방선거를 앞두고 ‘전남광주통합특별시’를 이끌겠다고 나선 후보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들의 공약 속에서 통합 이후의 도시 모습을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을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통합은 단순한 행정 결합이 아니라, 전혀 다른 시스템을 하나로 재설계하는 고난도의 작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후보들의 공약은 여전히 기존 광주와 전남을 전제로 한 정책 나열에 머물러 있을 뿐, ‘통합 이후의 특별시’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청사진은 보이지 않는다.
물론 통합 이후의 세부 과제를 일일이 설계하는 일이 결코 쉬운 작업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더욱 지도자의 준비된 비전이 요구되는 것이다. 복잡하다는 이유로 설계를 미루는 순간, 그 부담은 고스란히 시민에게 돌아간다. 더 이상 ‘당선 이후에 고민하겠다’는 식의 접근이 용납되는 시대는 지났다. 특히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명칭부터 구조까지 논쟁적 요소를 안고 있는 만큼, 사전에 충분한 고민과 설계 없이 출범할 경우 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
이제 후보들은 선언이 아니라 구체적 실행 설계로 답해야 한다. 통합 이후 1년간 무엇을, 어떤 순서로, 어떤 기준으로 추진할 것인지에 대한 명확한 로드맵을 시민 앞에 제시해야 한다. 그것이 없다면, 통합을 책임질 자격을 논하기 어렵다.
5. 결론: 통합의 성패는 ‘디테일’에 달려 있다
‘전남광주통합특별시’는 호남의 미래를 좌우할 중대한 선택이다. 그러나 준비되지 않은 통합은 기회가 아니라 위험이 될 수 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구호가 아니라 설계이고, 선언이 아니라 실행이다. 행정 시스템의 디테일을 얼마나 치밀하게 채워 넣느냐에 따라 통합의 성패가 결정된다. 시민의 감시와 참여, 그리고 정치의 책임 있는 설계가 결합될 때 비로소 이 통합은 단순한 결합을 넘어 ‘지방시대의 선도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