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기자 |
기획시리즈-<사법신뢰회복 ②>
판사 인사권 분산이 사법 신뢰 회복의 출발점이다
사법에 대한 신뢰는 하루아침에 무너지지 않는다. 오랜 시간 축적된 의문과 실망이 임계점에 이르렀을 때, 비로소 시민은 “법은 과연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게 된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나타나는 사법 불신 역시 특정 사건 하나로 설명되기보다는, 구조적 문제에 대한 누적된 문제 제기의 결과로 보아야 한다.
사법부의 독립은 헌법이 보장한 핵심 가치다. 그러나 독립은 곧 무제한의 권한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독립이 실질적으로 작동하기 위해서는 권한이 어떻게 설계되고 행사되는지에 대한 세심한 제도적 장치가 필요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현실적이면서 효과적인 개혁 과제를 꼽으라면, 판사 인사권의 구조를 점검하는 일이다.
조직에서 인사권은 가장 강력한 권한이다. 사법부 역시 예외가 아니다. 판사의 보직 이동, 승진, 주요 재판부 배치는 재판의 내용과 무관하다고 말할 수 있지만, 인사권이 특정 위치에 과도하게 집중될 경우 재판의 독립성은 제도적으로 취약해질 수 있다. 법관이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인사권자의 의중을 고려하게 되는 구조라면, ‘양심에 따른 판단’은 점차 ‘무난한 판단’으로 대체될 위험이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첫 번째 해법은 독립적 사법인사위원회의 실질화다. 지금까지 인사 관련 기구가 형식적 자문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실질적인 견제와 숙의가 가능한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 위원회는 현직 판사로만 구성되어서는 안 된다. 현직 판사는 참여하되 비중을 제한하고, 전직 판사와 법학교수 등 법률 전문 인력을 포함해야 한다. 여기에 시민사회 대표와 법조윤리 전문가를 참여시키고, 일부는 무작위 추첨 방식의 시민위원으로 구성함으로써 사법이 국민 전체의 신뢰 위에 서 있음을 제도적으로 드러낼 필요가 있다. 이 개편의 핵심은 명확하다. 대법원장 단독 결정 구조를 해체하는 것이다. 이는 사법부 수장의 권위를 약화시키려는 시도가 아니라, 오히려 그 권위를 제도적으로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두 번째 해법은 인사 사유의 기록·보존과 사후 검증의 제도화다. 보직 이동, 승진, 주요 재판부 배치와 같은 핵심 인사 결정에는 그 사유를 비공개 기록으로 남기도록 의무화해야 한다. 이는 외부 공개를 전제로 한 통제가 아니라, 책임 있는 권한 행사를 위한 최소한의 장치다. 더 나아가 퇴직 후 일정 기간이 지난 뒤에는 국회나 독립된 검증 기구가 인사 과정의 적정성을 점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기록되지 않는 인사는 설명되지 않는 권력이 되고, 설명되지 않는 권력은 결국 신뢰를 잃는다.
판사 인사권의 분산과 견제는 급진적 개혁이 아니다. 이는 사법부를 흔들기 위한 요구가 아니라, 재판이 오직 법과 헌법에 따라 이루어질 수 있도록 토대를 정비하자는 제안이다. 제도가 바뀌어야 문화가 바뀌고, 문화가 바뀔 때 재판의 품격도 함께 회복된다.
사법 신뢰 회복은 선언으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인사 구조, 판결 방식, 그리고 양심적 판단을 보호하는 제도라는 세 가지 조건이 함께 갖춰질 때 가능하다. 이 연속 기획은 그 첫 번째 조건으로서 인사권 문제를 짚었다. 다음 글에서는 판결의 ‘설명 책임’이 왜 사법 신뢰의 또 다른 핵심 조건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