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광주 북구가 발암물질 검출 논란이 불거졌던 본촌산단 지하수 수질검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논란이 된 2개 항목만 공개한 채 나머지 항목은 비공개하면서 주민들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북구에 따르면 본촌산단과 인근 지역 총 13곳에서 지하수를 채취해 민간 업체에 의뢰한 결과 1급 발암물질인 TCE(트라이클로로에틸렌)과 PCE(테트라클로로에틸렌)은 불검출되거나 기준치 이내로 확인됐다.
하지만 북구는 TCE, PCE를 제외한 나머지 18개 생활용수 수질검사 항목에 대한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들 항목에는 납, 수은, 비소 등 건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금속과 유해물질이 포함돼 있다.
공개된 항목이 문제가 됐던 발암물질 2종에만 국한되면서 정작 지하수를 사용해도 되는지에 대한 판단은 여전히 불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북구는 정보공개법에 따라 정보가 제3자의 이익에 영향을 줄 경우 해당 당사자에게 통보하고 의견을 듣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이유에서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북구 관계자는 "검사 결과가 제3자, 즉 본촌산단 내 기업과 관련돼 있어 동의 없이는 공개할 수 없다"며 "다른 항목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오염물질이 있다면 해당 기업에 사용 중지를 명령하고 개선 조치를 이행하게끔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하수의 실질적 안전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행정이 핵심 정보를 비공개하는 건 오히려 불신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김종필 광주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은 "주민의 알 권리는 제3자의 동의보다 우선한다. 18개 항목도 전부 공개하고 사용 가능 여부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행정의 침묵은 오히려 불신과 불안을 키울 뿐이다"고 지적했다.
앞서 본촌산단 일대 지하수에서는 수년간 방치된 오염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오염원은 과거 로케트건전지 공장과 호남샤니 부지로, 1980∼1990년대 환경 규제 이전에 사용된 유해물질이 토양과 지하수에 잔류해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북구는 예산 부족 등을 이유로 정화 사업에는 오랜 기간 손을 놓고 있었고, 환경부가 오염 실태를 조사하기 전까지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아 '무대응 행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
북구 관계자는 "TCE, PCE에서 적합 판정이 나왔지만, 향후 정화 사업 추진 방안에 대해서는 광주시와 계속 협의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