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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직구성원은 왜 ‘능력을 시가(時價)처럼 관리’ 해야 하는가

조직구성원은 왜 ‘능력을 시가(時價)처럼 관리’ 해야 하는가

 

 

 

조직을 둘러싼 환경은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기술의 생명주기는 짧아지고, 업무 방식은 디지털화를 넘어 인공지능과 자동화로 재편되며, 산업 전반의 생태계 자체가 3~5년 주기로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는 더 이상 미래의 예측이 아니라 현재의 현실이다. 이 변화 속에서 조직과 개인이 생존하기 위해 갖추어야 할 핵심 능력이 있다. 바로 ‘능력의 시가관리’이다.

 

능력의 시가관리란, 개인의 능력을 과거의 공적이나 입사 당시의 자격에 머물게 하지 않고, 현재의 시장가치에 맞게 끊임없이 재평가하고 업그레이드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필자는 이미 1998년 이를 설명하며, “능력도 주식처럼 시가로 평가받는 시대가 온다”고 게재한 바 있다(필자 편저, 『최신 경영학용어사전』). 그 당시에는 다소 파격적인 발상이었지만, 지금은 글로벌 인재시장의 당연한 기준이 되었다.

 

예전의 조직문화에서는 근면·성실·충성도가 인사평가의 가장 중요한 기준이었다. 한 번 입사하면 성실하게 근속한 것만으로도 안정적 경력을 기대할 수 있었고, 창업 혹은 특정 시기에 기여한 공적은 오랫동안 보호받는 자산이었다. 그러나 오늘날의 조직은 다르다. 과거의 공적은 존중받을 수는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현재의 성과와 가치를 설명할 수 없다. 조직은 ‘지금 이 순간, 무엇을 기여할 수 있는가’를 기준으로 인재를 평가한다. 이는 냉혹하지만 현실이며, 동시에 개인이 능력의 주체로 우뚝 설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하다.

 

주식시장의 비유는 이 변화를 가장 명확하게 보여준다. 어떤 주식을 얼마에 매입했는지는 중요하지 않다. 시장은 현재의 가격, 즉 현재의 실력과 잠재력으로 그 가치를 평가한다. 능력 역시 마찬가지다. 입사 당시의 스펙이나 과거의 성과는 ‘취득가액’에 불과하며, 조직은 구성원이 지금 당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질적 역량을 기준으로 시가를 판단한다. 결국 “능력의 시가관리”란, 개인이 스스로 자신의 가치를 시장에서 통용되는 수준으로 끊임없이 리밸런싱(Rebalancing)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제 중요한 질문이 생긴다. 그렇다면 왜 능력의 시가관리가 지금 이토록 절실한가?

 

첫째, 기술 변화의 속도가 개인의 능력 유지 속도를 넘어서고 있기 때문이다. AI, 데이터 분석, 자동화 기술은 업무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으며, 반복적·규칙적 업무는 급속히 사라지고 있다. 즉, 능력을 업데이트하지 않으면 직무 자체가 없어질 수 있는 시대다.

 

둘째, 개인의 경력 생애가 길어졌기 때문이다. 평균 수명 80년 시대에는 한 직장, 한 전문성만으로 평생을 유지하기 어렵다. 직무는 변하고, 산업은 재편되며, 직업도 사라진다. 결국 ‘직장 안정성’은 과거의 개념이 되었고, 그 자리를 ‘능력 안정성’이 대신하게 되었다. 자기 능력을 꾸준히 시가관리하는 사람만이 변화하는 경력시장에서 생존력을 갖게 된다.

 

셋째, 조직의 기대치가 완전히 달라졌기 때문이다. 현대 조직은 단순히 일을 수행하는 직원이 아니라, 문제를 해결하는 인재를 원한다. 이는 과거의 충성 기반 인사 논리를 넘어선다. 조직은 “오늘 무엇을 할 수 있는가”, “어떤 새로운 기여를 만들 수 있는가”를 중심으로 인재를 평가한다. 이는 개인에게는 기회이자 도전이다. 능력을 업그레이드하는 사람에게는 경력의 상한선이 열리고, 그렇지 못한 사람에게는 구조조정이라는 리스크가 다가온다.

 

이제 능력은 보유하는 것에서 끝나는 시대가 아니다. 관리해야 한다. 그것도 시장의 변화 속도보다 한 발 앞서서 관리해야 한다. 매년 자신의 기술, 문제해결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디지털 활용 역량 등을 진단해야 하며, 새로운 프로젝트와 학습을 통해 능력을 확장해 나가야 한다. 이는 개인의 생존전략이면서 동시에 조직의 경쟁력을 높이는 길이다.

 

능력의 시가관리는 개인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다. 조직 역시 인재의 성장 속도를 지원하고, 교육과 학습을 비용이 아니라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인재가 성장할 때 조직도 성장한다는 단순하지만 중요한 진리를 간과해서는 안 된다.

 

능력이 멈추면 조직도 멈추고, 조직이 멈추면 사회도 멈춘다. 변화의 시대는 개인의 능력을 냉정하게 평가한다. 그러나 다르게 보면, 이 시대는 누구에게나 스스로의 가치를 다시 만들어 갈 기회를 제공한다. 결국 능력을 시가처럼 관리하는 사람만이 미래를 향해 나아갈 수 있다. 능력은 소모품이 아니라 자산이다. 그 자산을 가꾸는 사람이 미래를 소유한다. 

 

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이상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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