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김필용 | 인간은 고작 백 년 남짓한 세월을 살다 갑니다. 우리가 헤아릴 수 없이 거대한 가치를 이야기할 때 흔히 ‘억(億)’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수의 세계에서 억은 그저 시작일 뿐입니다. 조(兆), 경(京), 해(垓), 자(秭), 양(壤), 구(溝), 간(涧), 정(正), 재(載), 극(極)을 지나 인도 강가의 모래알처럼 수많은 ‘항하사(恒河沙)’, 상상조차 불가능한 ‘아승기’와 ‘나유타’, ‘불가사의’를 넘어 셀 수조차 없는 ‘무량수(無量數)’에 이르면, 인간이 가늠하는 수의 한계는 이미 까마득히 아득해집니다. 우리가 누군가를 격려하며 던지는 “참 잘했다”라는 짧은 한마디의 ‘잘’조차 0이 무려 40개나 붙는 ‘정(正)’이라는 거대한 수의 단위를 품고 있습니다. 이처럼 무한히 확장하는 수의 세계를 마주할 때, 100년이라는 인간의 삶은 수식의 소수점 아래 어디쯤엔가 겨우 흔적만 남긴 채 사라지는 지극히 미미한 존재에 불과합니다. ◆무변광대한 세월 속, 허무를 넘어서는 인생의 철학 힌두교에서는 가로, 세로 15킬로미터에 달하는 거대한 화강암을 100년에 한 번씩 고운 천으로 문질러 그 바위가 다 마모되어
<칼럼>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사법신뢰회복 ⑩> 남에게 엄격한 사법부, 자신에게는 어떠한가 교원에게 엄격한 품위유지의무를 요구해 온 사법부라면, 그 기준은 사법부 수장에게서 먼저 증명되어야 한다. 권한이 클수록 더 큰 책임을 지는 것은 공직윤리의 기본이다. 법을 해석하고 타인의 책임을 단죄하는 기관일수록, 스스로에게도 동일한 잣대를 대는지 국민 앞에 증명할 의무가 있다. 대법원은 그간 교원의 품위에 대해 "교육자로서 직무를 수행하기에 손색없는 인품"이라 정의하며, 직무 관련 행위는 물론 사적인 행동까지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고 밝혀왔다. 동시에 사적인 대화나 정당한 문제 제기까지 과도하게 징계해서는 안 된다는 경계선도 그었다. 결국 품위란 위정자의 불쾌감이나 막연한 인상으로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 구체적 사실관계와 경위, 그리고 사회적 영향에 근거해 엄정히 따져야 할 영역이다. 이 잣대는 사법부 최고 책임자에게도 무거운 질문을 던진다. 교원에게는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면서 사법부 수장의 논란에는 상응하는 설명과 절제를 요구하지 않는다면, 어느 국민이 그 법적 기준을 공정하다고 부르겠는가. 대법원장에게 교원과 똑같은
<칼럼>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K-문명 ① 시리즈> 한글날에 다시 묻는다, 한글은 왜 K-문명의 출발점인가 — 문자를 넘어 ‘지식의 민주화’를 생각한다 — ◆10월 9일 한글날이 다가온다. 해마다 이날이 되면 우리는 한글의 우수성을 이야기한다. 과학적이고 배우기 쉬우며, 우리의 생각과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자랑스러운 문화유산이라 칭송한다. 틀린 말이 아니다. 하지만 이제 한글날에는 한 걸음 더 나아간 질문을 던질 필요가 있다. “한글은 왜 만들어졌는가. 그리고 우리는 오늘, 한글을 만든 그 정신대로 살아가고 있는가.” K-팝, 드라마, 영화, 음식 등이 세계인의 일상에 스며들며 ‘K-문화’라는 말은 이제 낯설지 않다. 그렇다면 단지 문화적 매력을 넘어, 한국이 세계와 나눌 수 있는 가치와 지혜를 ‘K-문명’이라 부른다면 그 출발점에는 무엇을 놓아야 할까. ◆나는 주저 없이 한글을 꼽는다. 한글의 참된 위대함은 ‘문자의 구조’가 아닌 ‘창제의 목적’에 있다. 한글의 가치를 말할 때 우리는 흔히 과학성과 독창성을 강조하지만, 정작 더욱 중요한 것은 세종이 품었던 창제의 이유다. 당시 백성들은 저마다 뜻이 있
<칼럼>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개혁은 속도가 아니라 설득으로 완성된다 — 공론의 장을 넓혀야 개혁도 오래간다 — 개혁에는 때가 있다. 국민이 변화를 요구할 때 머뭇거리기만 한다면 그것 역시 정치의 책임 회피다. 그렇기에 개혁에는 과감한 추진력과 결단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개혁이 성립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또 하나의 조건이 있다. 바로 ‘설득’이다. 최근 문형배 전 헌법재판관이 던진 메시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공론의 장이 무너지면 폭력의 장이 섭니다.” 그는 공론의 장에 들어선 이상 상대방을 힘으로 억압할 것이 아니라 설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의석수나 숫자의 힘으로 다른 의견을 누르고 말조차 붙이지 못하게 하는 것이 과연 올바른 공론인가라는 던진 화두다. 필자 역시 과거 “불평은 러브콜이다”라는 칼럼을 쓴 적이 있다. 정치적 진영을 떠나 반대와 불평의 목소리야말로 귀담아들어야 할 소중한 신호라는 의미였다. 민주주의에서 다수결은 중요하다. 모든 이가 끝까지 같은 생각을 할 수는 없기에, 충분히 토론한 뒤에는 결국 결정을 내려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사실이 있다. 다수의 지지는 결정할 권한을 줄 뿐
<칼럼>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공기업 CEO, 정치적 보상이 아니라 성과로 증명하라 ― 한전 사장 선임을 ‘성과책임형 공공기관장제’의 출발점으로 한국전력공사는 단순히 전기를 공급하는 기업이 아니다. 국가 기간산업을 움직이는 전력을 책임지고 산업경쟁력과 에너지 안보를 뒷받침하는 대한민국의 대표 공기업이다. 반도체와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등 첨단산업이 확대될수록 안정적인 전력공급과 전력망 구축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전 사장은 수많은 공공기관장 가운데 한 자리가 아니다. 국가경제의 중요한 기반을 책임지는 최고경영자의 자리다. 김동철 한전 사장의 공식 임기가 2026년 9월 18일로 끝나면서 차기 사장 선임 문제가 중요해지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가 물어야 할 질문은 단순하다. “누구의 사람인가”가 아니라 “무엇을 할 수 있는 사람인가.” 공기업 기관장 인사가 있을 때마다 이른바 ‘낙하산 인사’ 논란이 되풀이되어 왔다. 정치인 출신이라고 무조건 배제하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정치인이든 관료든 기업인이든 내부 전문가든 중요한 것은 출신이 아니라 해당 분야에 대한 전문성과 경영능력, 그리고 성과를 만들어낼 능
<칼럼>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정율성 역사공원’, 명칭과 본질의 무게를 생각한다 지역 출신의 예술가나 문화적 인물을 발굴하고 기념하여 지역의 문화적 자산을 풍부하게 하려는 노력은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 한 인물의 예술적 성취를 조명하고 이를 전시·교육·문화교류의 자원으로 활용하는 일 역시 충분히 가능하다. 그러나 공공기관이 특정 인물을 기념하는 공간을 조성하면서 그 명칭에 ‘역사공원’이라는 이름을 붙이고 상당한 공공재정을 투입하는 문제는 조금 다른 차원에서 살펴볼 필요가 있다. 최근 논란이 되어 온 ‘정율성 역사공원’ 문제 역시 단순히 한 음악가를 좋아하느냐 싫어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핵심은 대한민국의 지방자치단체가 어떤 역사적 인물을 어떤 방식으로 공적으로 기억할 것인가, 그리고 그 과정에서 공공재정과 공공 명칭을 어떠한 기준으로 사용할 것인가에 있다. 1. ‘역사공원’이라는 명칭에는 공공적 판단이 따른다. ‘역사공원’이라는 명칭은 일반적인 휴식공간이나 문화시설과는 그 의미가 다르다. 법률적 의미를 넘어 사회적·상징적 의미에서 본다면, 특정 인물의 이름을 붙인 역사공원은 그 인물의 삶과 행적을 지역사회가 중요한 역사적
<칼럼>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김필용 |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자진 사퇴로 국정 운용의 중요한 축 하나가 다시 부침을 겪게 되었다. 대통령실이 "후보자의 고뇌에 찬 결정을 존중하며, 규정에 따라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뜻을 밝힌 만큼, 이제 사회적 관심은 자연스럽게 '과연 누구를 다음 법무행정의 수장으로 세울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집중되고 있다. 법무부 장관이라는 자리는 단순히 법을 집행하는 행정관료의 위치를 넘어선다. 검찰 개혁과 법치주의 확립, 그리고 국민의 권익 보호라는 상징적이고도 막중한 시대적 임무를 지닌다. 따라서 새 법무부 장관은 그 어떤 자리보다 엄격한 도덕적 검증을 통과해야 함은 물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의정 현장에서 증명된 법률가로서의 탁월한 식견과 행정력을 두루 갖춘 인물이어야 한다. 이러한 국면에서 자연스럽게 떠오르는 인물이 바로 전현희 국회의원이다. 전현희 의원은 치과의사이자 사법시험에 합격한 변호사 출신으로, 전문성과 법률적 식견에서 이미 독보적인 이력을 갖추었다. 3선 국회의원으로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등 핵심 상임위 활동을 통해 법안 심사와 국정 감시에서 날카로운 분석력과 균형 감각을 증명해 왔다.
[칼럼=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김필용 | ◆말은 입을 떠나는 순간 더 이상 말한 사람의 것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것이 됩니다. 우리는 흔히 "나는 좋은 뜻으로 한 말이다", "솔직하게 말했을 뿐이다"라며 자신의 의도를 방어하곤 합니다. 하지만 대화의 본질은 전달자의 의도가 아닌, 수신자의 수용에 있습니다. 상대방이 내 말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어떤 마음의 울림이나 상처를 남길지 미리 헤아려보는 '말의 입지조건'을 따지는 지혜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말의 온도를 결정하는 세 가지 역지사지(易地思之) * 의도보다 영향력을 먼저 고려하기 '무엇을 말할 것인가'보다 중요한 것은 '이 말이 상대에게 어떻게 들릴 것인가'입니다. 아무리 옳은 소리라 해도 상대의 상황과 감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직언은 조언이 아니라 폭력이 될 수 있습니다. * 상대방의 언어 맥락 읽기 사람은 누구나 자신의 경험, 현재의 심리 상태, 지나온 배경이라는 렌즈를 통해 타인의 말을 해석합니다. 내 기준에서는 가벼운 농담이나 격려일지라도, 상대에게는 부담이나 비교로 다가갈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 침묵도 메시지라는 사실 기억하기 말을 하기 전 잠깐의 멈춤은 생각을 정
<칼럼>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정부와 민주당에 드리는 고언 - 지지율이 아니라 신뢰를 회복하라 - 내일 대통령 기자회견을 앞두고 있다. 여러 현안에 대해 대통령이 어떤 진단을 내놓고 어떤 국정 방향을 제시할지 국민의 관심도 적지 않을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한 가지 분명히 했으면 한다. 지금 정부와 집권여당이 먼저 생각해야 할 것은 지지율의 숫자가 아니라 국민의 신뢰다. 정치에서 여론은 끊임없이 변한다. 지지율은 오르기도 하고 내려가기도 한다. 따라서 숫자 하나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민심이 움직이는 데는 이유가 있다. 특히 국정을 책임진 정부와 집권여당이라면 여론의 변화를 정치적 유불리로만 해석해서는 안 된다. “어떻게 하면 지지율을 다시 올릴 것인가”보다 먼저 물어야 할 질문이 있다. “국민은 무엇을 걱정하고 있으며, 우리는 무엇을 바로잡아야 하는가.” 지지율은 목표가 아니다.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반응을 보여주는 여러 신호 가운데 하나일 뿐이다. 민심이 흔들릴 때는 먼저 자신을 돌아봐야 한다. 권력을 가진 조직일수록 문제의 원인을 외부에서 찾기 쉽다. 언론의 보도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고, 야당의 정치공세
<칼럼>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아이를 낳으라고 말하기 전에, 국가가 먼저 약속해야 한다 ― 저출산 시대, 청년의 미래와 공동체의 존립을 위한 국가의 결단 ― 우리나라의 2025년 합계출산율은 0.80명이다. 숫자만 보면 그저 하나의 인구통계처럼 보인다. 그러나 그 숫자 뒤에는 결혼을 미루는 청년, 아이를 포기하는 부부, 문을 닫는 학교, 사람이 사라지는 지역, 그리고 점점 무거워지는 미래세대의 부담이 함께 놓여 있다. 저출산을 걱정하는 목소리는 많다. 그러나 청년들에게 “나라의 미래를 위해 아이를 낳아야 한다”고 말하는 것만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있을까. 나는 그 질문의 방향부터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젊은이들은 왜 아이를 낳지 않는가?”가 아니라, “우리 사회는 젊은이들에게 최소한의 출산과 양육이 자신과 국가의 미래를 지키는 길임을 체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었는가?”라고 물어야 한다. ◆ 아이를 낳지 못하는 청년을 탓해서는 안 된다 지금의 청년들은 부모 세대와 전혀 다른 현실을 살아간다. 취업하기 어렵고, 취업해도 직장의 안정을 장담할 수 없다. 집 한 채 마련하기는 아득하고, 결혼과 동시에 막대한 주거비·양육비·교육
<칼럼>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정치인은 행사장이 아니라 직무에서 증명되어야 한다 ― 이미지보다 성과로 말하는 책임정치를 기대하며 ― 최근 일부 정치인들의 행보를 보고 있노라면, 본연의 직무보다 이벤트와 연출에 더 많은 공을 들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지역 축제 참석, 현장 연출 사진, SNS를 도배하는 홍보성 게시물이 이제는 지극히 익숙한 정치 풍경이 되었다. 물론 국민과의 만남과 소통은 정치인의 중요한 본분이다. 그러나 소통은 직무 수행을 위한 '수단'이어야지, 직무를 대체하는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성과를 알리기 위한 보고와, 성과도 없이 관심만 끌려는 쇼맨십(Showmanship)은 엄연히 다르다. 정치인의 진정한 인상(Image)은 연출로 조작되는 것이 아니라, 직무에 대한 성실성과 책임감이 축적되어 비로소 완성되는 것이다. ◆ 이벤트 정치는 빠르지만 수명이 짧다 정치적 이벤트는 단기간에 대중의 눈길을 사로잡는다. 잘 연출된 사진 한 장이나 자극적인 언사는 수십 쪽짜리 정책보고서보다 빠르게 확산하는 시대다. 그러나 관심과 신뢰는 같지 않다. 관심은 찰나에 얻을 수 있지만, 신뢰는 시간에 걸친 성과로만 쌓인다
<칼럼>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권력의 비용과 비서의 경계 - 문고리 권력을 넘어 전문적 파트너로 - 권력은 무한하지 않은 ‘한계 자원’이다 권력이란 자신의 의지를 타인이나 조직에 관철하고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이다. 그러나 권력은 절대적이고 고정된 것이 아니다. 상대방과의 관계, 조직의 신뢰, 제도적 정당성 속에서 비로소 작동하는 상대적 힘이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는 최고책임자와 측근, 또는 비서진을 둘러싼 논란이 반복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을 단순히 개인의 일탈로만 볼 수는 없다. 그 이면에는 권력의 성격과 한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데서 비롯되는 구조적 문제가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권력에는 반드시 비용이 따른다. 권력을 지나치게 행사하면 반발이 생기고, 사적으로 사용하면 정당성이 훼손되며, 권한의 경계를 넘어서면 조직적 저항을 불러온다. 그런 의미에서 권력은 무한히 사용할 수 있는 자원이 아니라, 잘못 사용할수록 신뢰와 함께 소진되는 일종의 ‘한계 자원’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최고책임자의 권력이 측근을 통해 사적으로 유통되거나, 그 주변에 청탁과 부탁이 몰리기 시작하면 권력의 비용은 더욱 커진다. 결국 리더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