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 화순군 야산에서 쓰러진 높이 127m 풍력발전기의 지지대에 쓰인 철재 두께에 대한 조사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코로나19 유행 이후 전 세계적인 철강 공급난에서 비롯된 발전기 부품 생산 과정의 원가절감, 나아가 조립 과정에서의 불량 등도 파악해야 할 대목이다.
22일 화순군 등에 따르면 도암면 화학산 정상부 '금성산 풍력발전 단지'(8만2644㎡)에서 전날 쓰러진 4.7㎽급 풍력발전기(높이 127m)에 대한 사고 원인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
현재 착공 당시 시공사 관계자들과 풍력발전기 부품을 만든 독일 지멘스 가메사의 한국지사 관계자들이 현장을 살피고 있다.
풍력발전기가 쓰러진 구조적인 원인을 파악하는 데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발전기 타워(지지대)에 쓰인 철재의 두께가 부족했던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풍력발전기는 바람을 받아 돌면서 전기를 생산하는 블레이드와 로터, 이를 받치는 지지대로 이뤄져 있다.
통상 육상에 설치되는 풍력발전기는 3개로 나뉜 지지대를 조립해 세우는 방식으로 건설된다. 사고기도 지지대 3개를 조립한 뒤 로터와 블레이드를 장착했다.
수백여m 높이 지지대는 무거운 로터와 블레이드를 받치는 만큼 일정 설계 규모와 함께 튼튼한 철재가 쓰인다.
한국해양과학기술원이 지난 2014년 기술혁신개발사업 민간에 용역을 맡겨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풍력발전기의 발전 용량별 지지대의 과거 설계 통계가 언급된다.
3.6㎽급 풍력발전기의 경우에는 지지대 직경이 4500㎜, 지지대를 이루는 철재 두께는 30㎜ 수준으로 지어져 왔다. 5㎽급 풍력발전기 직경은 6500㎜, 철재 두께는 35㎜ 이상이 되도록 설계돼왔다.
쓰러진 풍력발전기의 경우 4.7㎽급인만큼 해당 기준 사이에 위치한 설계 기준이 적용됐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지지대를 이루는 철재는 한 장 당 6㎜ 이상 두께를 가진 열간 압연 강판인 '후판'이 여러 장 사용되는데, 이는 코로나19 확산 이후 전 세계적인 공급난을 맞기도 했다.
실제 세계풍력에너지협회는 지난해 1월 풍력발전에서 요구되는 기준치를 충족하는 후판에 대한 공급망 병목 현상과 공급 부족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설상가상으로 발전 단지 착공이 코로나19 유행기인 2020년이었던 점을 감안, 당시 후판 공급난에 따른 제품 설계 오류도 들여다 볼 대목이다.
이밖에 지지대 전도를 근본적으로 막기 위해서는 지지대 직경을 두껍게 하고 다수의 보강재를 설치해야 하는 만큼 시공 과정에서의 문제점은 없었는지도 확인할 필요성이 있다.
화순군은 현재 발전소 접근을 통제하고 쓰러진 발전기를 포함한 4대의 가동을 중지시켰다. 또 운영 업체에 나머지 발전기에 대한 정밀 안전 진단을 지시했다. 진단 결과에 따라 보강조치 등을 명령할 계획이다.
쓰러진 발전기 철거에는 1~2개월이 걸릴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사고 당시에는 계측기 기준 초속 13m의 강한 바람이 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화순군 측은 "발전소 운영사와 발전기 제조사 등 관계자들이 현장을 점검하면서 정확한 원인과 구체적인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서 전날 오전 2시50분께 화순군 도암면 우치리 화학산 '금성산 풍력발전 단지'에서 풍력발전기 한 대가 넘어졌다.
이 사고로 인명피해는 없으나 발전기 접근을 막는 구조물 일부가 파손됐다. 넘어진 풍력발전기는 지지대 하단부로부터 약 30m 높이 위치가 빨대처럼 꺾였다.
넘어진 풍력발전기가 속한 풍력발전 단지에는 같은 전력 생산 규모의 발전기 총 11대가 설치돼있다. 전체 설비용량은 51.7㎽다. 운영 주체는 대명에너지로 2020년 착공, 2023년 6월 준공 이후 가동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