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 상 수 ㅣ
<돌담에서 배우는 삶의 철학 ②>
돌담의 사회학, 협치의 구조
― 다름이 만드는 질서, 협력이 세우는 사회 ―
한 마을의 돌담을 보면 그 마을의 품격을 알 수 있다. 돌 하나하나가 제 자리를 찾고, 서로를 받쳐 주는 구조 속에서 비로소 마을의 질서와 미학이 드러난다. 사회 또한 이와 다르지 않다. 좋은 사회란 모든 구성원이 같은 생각을 하는 사회가 아니다. 서로 다른 생각과 역할이 부딪히면서도 전체의 균형을 잃지 않는 사회다. 그 조화의 원리가 바로 ‘협치(協治)’의 근본정신이다. 정치·행정·교육·조직 어디에서나 돌담의 사회학은 협치의 구조로 다시 태어날 수 있다.
◆ 리더십의 기초 : 아래에서 받쳐주는 돌
돌담이 무너지지 않으려면 무게를 견디는 것은 언제나 아래쪽 돌이다. 겉으로는 드러나지 않지만 그들이 기초를 받쳐 주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돌도 위태롭다. 사회에서도 리더십의 본질은 ‘지탱’이다. 지도자는 높은 자리가 아니라 깊은 자리에서 존재해야 한다. 정치적 권력이나 직책이 아니라, 공동체를 받쳐주는 ‘아래돌의 정신’이 필요하다. 진정한 리더는 자신이 아닌 타인을 세우고, 자신의 성취보다 전체의 균형을 먼저 본다. 돌담의 첫 줄이 그러하듯, 리더는 위가 아닌 아래에서 공동체의 무게를 받아야 한다.
◆ 다양성이 강점이 되는 사회
돌담은 같은 돌로는 쌓이지 않는다. 둥근 돌, 납작한 돌, 삐죽한 돌이 제 몫을 다할 때 비로소 견고함이 생긴다. 사회도 마찬가지다. 모두가 같은 생각, 같은 배경, 같은 언어로만 움직인다면 그 사회는 풍요로워 보이지만 쉽게 무너진다. 정책이 다양성을 억누를수록 사회는 경직된다. 그러나 다양성을 포용하면 사회는 유연하고 강해진다. 돌담의 사회학은 다양성의 사회학이다. 다름이 충돌이 아니라 구조를 완성하는 힘으로 작동할 때, 그 사회는 협치와 공존의 질서를 세운다.
◆ 협치의 구조 : 틈과 여백의 행정
돌담은 돌과 돌 사이에 약간의 틈이 있어야 숨을 쉰다. 그 틈이 없으면 돌담은 습기에 갇혀 곧 무너진다. 행정과 조직 운영도 이와 같다. 규칙과 절차는 질서를 세우지만, 여백이 없는 행정은 사람을 숨 막히게 한다. 협치는 이 여백을 인정하는 정치이며, 행정의 틈새에서 인간의 온기를 되살리는 과정이다. 공공의 결정을 내릴 때 ‘정답’보다 ‘공감’을 우선하고, 속도보다 ‘조정의 시간’을 존중해야 한다. 돌담이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쌓이는 이유는 서로의 자리를 찾는 과정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협치는 바로 그 과정의 다른 이름이다.
◆ 공동체 리더십 : 함께 쌓는 사회
돌담은 한 사람의 손으로 쌓이지 않는다. 여러 사람의 손길이 이어지고, 어떤 이는 돌을 옮기고, 어떤 이는 그 돌을 맞추며, 또 다른 이는 바닥을 다진다. 협치의 사회도 이와 같다. 결정은 한 사람의 목소리로 내려지는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역할이 모여 하나의 질서를 세운다. 공동체는 ‘하나의 생각’이 아니라 ‘하나로 묶이는 과정’으로 완성된다. 행정에서의 협치, 교육에서의 참여, 시민사회의 연대는 결국 돌담의 손길과 같다. 서로 다른 손이 모여야 한 줄의 담이 세워진다.
◆ 지속가능한 사회 : 돌담이 오래 서는 이유
돌담은 세월을 견디며 서 있다. 비바람이 지나도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그 구조가 단단하기 때문이 아니라, 그 안에 ‘유연함’이 있기 때문이다. 돌담은 바람을 받아들이고, 물이 스며들면 흘려보낸다. 딱딱한 벽이 아니라 숨 쉬는 구조다. 이것이 지속가능한 사회의 모델이다. 협치의 사회는 완벽한 통제보다 자율과 순환의 원리를 따른다. 행정도, 교육도, 조직도 돌담처럼 ‘살아 있는 구조’가 되어야 한다.
◆ 결론 : 협치란 다름을 세우는 기술이다
돌담의 사회학은 한마디로 ‘다름의 건축학’이다. 정치의 언어로는 협치, 행정의 언어로는 포용, 교육의 언어로는 다양성이라 부를 수 있다. 협치는 단순히 함께 결정하는 방식이 아니다. 다름을 인정하고, 차이를 질서로 바꾸는 기술이다. 돌담이 그러하듯, 사회는 서로 다른 돌들이 제 자리를 지킬 때 가장 아름답다. 돌담의 사회학이 말하는 협치의 구조, 그것은 바로 ‘함께 서는 사회’의 밑그림이다.
<참고자료> 돌담의 원리, 조직의 원리 ① : https://naver.me/5ZSkUBa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