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공약의 이면으로 본 통합특별시장 후보 선택의 기준
-민형배의 ‘참여 설계’인가, 김영록의 ‘실행 전략’인가-
광주·전남 통합특별시장 선거가 인물 인지도를 넘어 정책 대결의 장으로 진입하고 있다. 지지율에서는 민형배 후보가 다소 앞서고 있으나, 김영록 후보가 점차 추격하는 양상이다. 유권자가 주목해야 할 본질은 지표 너머에 있다. 바로 ‘누구의 공약이 통합특별시라는 거대 항모를 움직일 실질적인 동력을 갖췄는가’ 이다.
◆ 민형배: 참여·분권의 이상향… ‘정교한 시스템’의 미흡
민형배 후보의 공약은 '참여'이다. 시민이 정책 전 과정에 개입하는 참여 구조, 권역별 균형 발전, 분권형 경제 체제가 그 축이다. "시민이 직접 결정한다"는 대전제는 대의 민주주의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시도로 읽히며, 정치 의식이 높은 지역 정서와도 궤를 같이한다. 그렇지만 한정된 자원으로 여러 지역의 의견을 수렴하여 지역발전을 해답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아 보인다.
그렇기 때문에, '참여'라는 가치가 실제 행정 시스템으로 구현되는 과정에서의 구체성은 숙제로 남는다. 그 하나는 리스크관리이다. 참여의 확대는 필연적으로 위원회와 공론화 기구의 비대화를 초래한다. 우려할 수 있는 사항은 정교한 설계가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의사결정은 지연되고, 책임 소재는 불분명해지며, 행정 조직만 비대해질 위험이 있다.
특히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갈리는 광주와 전남의 통합 국면에서 '합의'에만 매몰될 경우, 정책은 추진력을 잃고 ‘타협의 산물’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방향은 옳으나 그 경로가 안개 속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 김영록: 산업·실행의 현실론… ‘혁신적 서사’의 미흡
김영록 후보의 공약은 지극히 직선적이고 실용적이다. AI·에너지 산업 육성과 RE100 산단 조성 등 경제 성장과 실행에 방점을 찍고 있다. 전남지사 시절의 행정 경험을 녹여내 정책을 ‘구상’ 단계가 아닌 실질적인 ‘사업’ 단위로 제시한 점이 돋보인다.
강점은 무엇을, 어디서, 어떻게 할지가 명확하다.
행정 통합 초기의 혼란을 최소화하고 정책을 속도감 있게 밀어붙일 수 있는 안정감을 준다. 그러나 공약 전반이 기존의 개발 및 성장 모델을 답습하고 있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새로운 시대가 요구하는 행정 패러다임의 전환이나 시민 소통 방식의 혁신 등 정치적 서사(Narrative) 면에서는 상대적으로 메시지가 약하다. "유능한 행정가는 보이나, 시대를 앞서가는 혁신가는 보이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 ‘느리지만 깊은 합의’인가, ‘빠르고 확실한 추진’인가
이번 선거는 단순한 공약 비교를 넘어 행정 철학의 충돌이다. 민형배는 “함께 결정하자”는 모델을, 김영록은 “결정하고 추진하겠다”는 모델을 상징한다. 통합특별시는 행정 통합, 지역 갈등 조정, 산업 재편이라는 복합적인 난제를 안고 출범한다.
∙참여 중심을 전략으로 내세운 민형배 후보는 민주적 정당성은 확보하되 의사결정의 '속도'를 희생할 리스크가 있다.
∙실행 중심을 전략으로 내세운 김영록 후보는 추진력과 성과를 확보할 수 있으나 의사결정의 '깊이'가 시민들의 의견수렴을 소홀히 할 경우 또 다른 갈등을 낳을 우려가 있다.
◆ 결론: 통합특별시는 실험장이 아니다
결국 유권자의 선택은 “지금 우리에게 더 시급한 가치는 무엇인가”라는 질문으로 귀결된다. 민형배의 공약은 이상적이지만 현실화 경로가 더 보완되어야 하며, 김영록의 공약은 현실적이지만 그 현실이 미래의 비전을 충분히 담아내고 있는지 검증이 필요하다.
통합특별시는 미숙한 설계를 시험하는 실험장이 아니다. 가장 우선해야 할 사안은 행정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하는가이다. 그러한 시스템이 실제로 작동 가능한지를 냉정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 효율적인 행정 구조를 만드는 자가 누구인가. 그 답을 찾는 과정이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를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