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김필용 |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브랜드 아파트가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곪아 있다면 그것을 진정한 '내 집'이라 부를 수 있을까. 최근 아파트 시장은 고환율과 원자재 가격 상승이라는 파고를 넘으며 '부실 공사'라는 고질적인 병폐를 다시금 드러내고 있다. 19일 전해진 소유주들의 법적 분쟁 소식은 대한민국 주거 문화의 민낯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침묵을 강요하는 '집값'이라는 족쇄
가장 뼈아픈 대목은 부실을 인지하고도 소유주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는 현실이다. "집값에 안 좋은 영향을 줄까 봐 다들 쉬쉬하는 분위기"라는 한 소유주의 토로는 우리 사회의 서글픈 자화상이다.
내 가족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 문제조차 '자산 가치 하락'이라는 공포 앞에 후순위로 밀려나고 있다. 하지만 분명히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하자를 덮어둔다고 해서 가치가 보존되지는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지난해 용산구의 한 맨션에서 발생한 '천장 콘크리트 낙하 사건'처럼, 방치된 부실은 결국 거주자의 생명을 위협하는 흉기로 돌아온다. 안전이 담보되지 않은 자산은 모래 위에 쌓은 성과 다름없다.
◆‘설마’가 부른 인재(人災), 현재진행형인 공포
최근 수원 광교 지역의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제기된 ‘철근 누락’ 의혹은 부실 공사가 과거의 일이 아닌 ‘현재진행형’임을 시사한다. 콘크리트 압축 강도가 기준치에 미달하거나, 당연히 들어가야 할 철근이 상당부분 빠진 채 지어진 아파트는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시한폭탄이다.
건설사들은 원가 절감과 공기 단축을 핑계로 대지만, 그것이 입주민의 생명권보다 우선될 수는 없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 식의 사후 처방은 이제 지긋지긋하다. 사고가 터진 뒤에야 부랴부랴 정밀 점검을 하고 책임자를 문책하는 방식으로는 무고한 희생을 막을 수 없다.
◆‘사전 안전 진단 의무화’라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
이제는 관계 당국이 나서서 구조적인 해결책을 제시해야 한다. 단순히 건설사의 양심에 맡기는 단계를 넘어, 공사 전 과정에 걸친 '사전 안전 진단 및 검사 의무화' 를 강력히 도입해야 한다.
- 독립적 검사 기구 운영: 시공사나 시행사로부터 독립된 제3의 기관이 콘크리트 강도와 철근 배근 상태를 상시 점검해야 한다.
- 데이터 투명성 확보: 공사 과정의 주요 안전 지표를 입주 예정자들에게 실시간으로 공개하여 '깜깜이 공사'를 막아야 한다.
- 부실 시공 처벌 강화: 기준치 미달의 시공이 적발될 경우, 단순히 과징금을 부과하는 수준을 넘어 면허 취소 등 건설사가 '망할 수도 있다'는 수준의 강력한 징계가 뒷받침되어야 한다.
아파트는 단순한 투자의 대상이 아니라 사람이 삶을 영위하는 공간이다.
부실 공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 작금의 사태를 멈추기 위해서는 입주민의 정당한 권리 주장과 정부의 단호한 규제가 맞물려야 한다.
침묵은 안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더 이상 '설마'하는 마음으로 비극을 기다려서는 안 된다.
정부는 지금 당장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길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