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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정(情) 문화의 빛과 그림자

KBN 한국벤처연합뉴스 ㅣ 칼럼니스트 이 상 수ㅣ

 

한국 정() 문화의 빛과 그림자

 

한국 사회를 특징짓는 문화적 코드 가운데 하나는 흔히 ()’이라 불리는 독특한 정서적 유대이다. 정은 단순한 감정의 교류를 넘어, 오랜 역사 속에서 형성된 공동체적 삶의 양식이며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접착제 역할을 해왔다. 농경사회에서의 상호부조, 유교적 가족주의, 그리고 근현대사를 거치며 사회적 연대가 강조되는 과정 속에서 정은 한국인의 생활양식 깊숙이 뿌리내렸다. 그러나 이와 같은 정 중심의 문화, 정 문화는 긍정적 기능과 더불어 사회 발전을 저해하는 그림자 또한 지니고 있다. 본 글에서는 한국 정문화의 빛과 그림자를 살펴보고, 그 현대적 의미와 과제를 제시해 본다.

 

 

1. 정 문화의 빛은 무엇인가?

 

첫 번째는 공동체적 유대 강화이다. ‘()’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형성되는 깊은 유대감을 말한다. 이런 정은 공동체 구성원 간의 끈끈한 유대감을 형성한다. 또한 정은 어려움에 처했을 때 혈연·지연·학연 등을 통한 상호부조가 가능하다. 과거 두레, 품앗이, 향약과 같은 전통적 협동 관행은 단순히 경제적 협력체계를 넘어 정을 기반으로 한 상호 신뢰와 협동심을 키워왔다. 이는 근대화 이전 사회에서 법과 제도가 충분히 기능하지 못하던 상황에서 중요한 사회적 안전망이 되었다.

 

둘째는 온정주의적 관계 유지이다. 법과 제도가 미비하던 시기에도 정은 사람들 사이의 갈등을 완화시키고, 법이나 원칙만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를 유연하게 조정하는 역할을 했다. 정을 통한 상호 배려·양보로 갈등이 완화되었다. 예를 들어 이웃 간의 다툼이나 경제적 어려움은 정을 바탕으로 한 양보와 배려를 통해 원만히 해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이러한 온정주의적 관계는 사회적 화합과 조화를 가능하게 했다.

 

셋째는 심리적 안정과 소속감이다. 정은 개인에게 따뜻한 소속감과 안정감을 부여한다. 타인과의 친밀한 관계망 속에서 정서적 안정·소속감을 얻는다.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 라는 존재가 존중받고 있다는 감각은 심리적 안정에 크게 기여한다. 급격한 산업화와 도시화 과정에서 고립감을 느끼던 이들에게 정은 중요한 정서적 자원이 되었다. 따라서 현대 사회의 고립 문제를 완화하는 기능을 갖기도 한다.

 

2. 정 문화의 그림자는 무엇인가?

 

첫 번째는 연고주의와 비합리성이다. 정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문화는 연고주의를 강화하여 합리적 판단을 흐리게 한다. 채용, 승진, 정치적 의사결정에서 개인적 정과 연줄이 법과 제도보다 우선할 경우 사회적 불공정과 부정부패가 발생한다. 예를들면 인사·채용에서의 학연·지연, 공직 사회의 온정주의는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으로 이끌기에 법·원칙을 무시하는 관행이 싹틀기에 부정부패, 불공정 조장되는 결과를 자아낼 수 있다. 이는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극복해야 할 과제였다.

 

두 번째는 공·(·) 구분의 모호성이다. 정은 공적인 영역과 사적인 영역을 혼동하게 만든다. 공직자가 친분 관계를 이유로 객관적 결정을 내리지 못하거나, 법적 절차 대신 정으로 해결하자는 태도가 팽배해지는 것은 제도적 신뢰성을 저해한다. 공직자가 친분 관계에 얽매여 객관적 결정을 못하는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이다. 결국은 개인적 정에 따라 공적인 판단이 왜곡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향은 민주주의 발전과 법치주의 정착을 가로막는 요소로 작용한다.

 

셋째는 인간관계의 과도한 부담이다. 정이 강조되는 사회에서는 경조사 참석, 선물 교환, 인사치레 등 관계 유지 비용이 과중해질 수 있다. 이는 개인에게 경제적·정서적 부담을 안겨주며, 때로는 관계 유지 자체가 피로감을 주기도 한다. 따라서 인간관계 관리 자체가 스트레스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넷째는 제도 발전의 지체현상이다. 정 문화는 사회를 유연하게 만들기도 하지만, 동시에 법과 제도의 기능을 약화시켜 발전을 지체시키기도 한다. 법이 있음에도 법보다 정이 먼저라는 사고가 만연하면, “정으로 해결하자는 문화가 제도적 규범의 권위를 약화시킬 수 있다. 제도적 규범의 권위가 훼손되고 사회적 투명성·신뢰성이 떨어지기에 법치주의·제도 정착의 방해가 되기도 하며 사회 전반의 신뢰성·투명성 저해하기도 한다.

 

한국의 정 문화는 역사적 배경 속에서 형성된 고유한 사회적 자산으로서, 공동체적 연대와 심리적 안정이라는 빛을 발해 왔다. 그러나 동시에 연고주의, 공사 구분의 모호성, 법치주의 정착의 지연이라는 그림자를 남겼다. 오늘날 한국 사회가 직면한 과제는 정 문화의 긍정적 가치를 살리면서도 제도적 합리성과 공정성을 보완하는 균형을 찾는 것이다. 정은 인간관계의 온기를 제공하는 문화적 자산으로 존중되어야 하지만, 그것이 법과 제도를 대체하는 지배 원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각종 선과 과정에서도 정 때문에특정인에게 투표를 하는 행위도 한번쯤 되돌아봐야 할 것이다. 결국 한국 사회가 지향해야 할 길은 정과 법의 조화’, 즉 따뜻한 인간적 유대를 유지하면서도 공적 영역에서는 투명성과 합리성을 확보하는 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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