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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채와 마약이 무너뜨린 미국의 품격

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ㅣ

 

<미국의 신뢰 붕괴 시리즈 ② >

 

부채와 마약이 무너뜨린 미국의 품격

 

칼럼니스트  이 상 수

 

코비(Stephen M.R. Covey)는 "신뢰는 사회적 덕목뿐만이 아니라 경제적 동력"이라며 "신뢰가 높은 사회는 그렇지 않은 사회보다 효율성이 186%나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사회 발전에 상호 신뢰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런데 세계 최대의 부와 군사력을 가진 미국이 지금 가장 심각한 위기를 맞고 있다. 그것은 전쟁도, 경기침체도 아닌 ‘신뢰의 위기’ 다. 미국이 ‘세계의 기축통화국’으로서 지탱해 온 리더십이 흔들리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는 미국의 부채와 마약이 사회에 끼치는 영향에 대하여 논하고자 한다.

 

 

미국의 부채, 번영의 상징에서 불신의 징후로

 

2024년 말 현재 미국의 국가 부채는 약 35~36조 달러(1인당 10만 달러, 약 5경원), GDP 대비 약 124 %에 달한다. 이 수치를 G7 대비 부채비율(IMF 경제전망보고서 2025.10 기준)을 보면 일본(231.2%) 이탈리아(138.2%), 미국(125.9%), 프랑스(123.9%), 그리고 캐나다(107.9%), 영국(106.5%), 독일(70.4%) 순으로 제시되고 있다. 이들 G7의 평균 부채율은 128%이다. 참고로 한국은 그의 절반인 50.5%를 나타내고 있다. 이 부채는 단순한 회계 숫자가 아니다. 미래 세대에게 넘겨질 신뢰의 부채이며, 국가 시스템이 약속을 얼마나 지킬 수 있는가를 가늠하는 사회적 신용의 척도다. 부채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시장은 정부의 약속을 믿지 않기 시작한다. 그 신뢰의 균열이 채권시장의 금리 급등, 달러 신뢰 하락으로 이어진다.

 

과거의 부채는 경제성장의 연료였다. 정부가 적자를 감수하며 인프라를 확충하고, 기업이 부채를 통해 기술혁신에 투자했다. 그러나 오늘의 부채는 소비와 정치적 포퓰리즘의 결과물로 변질되었다. 재정정책은 선거를 위한 단기 인기몰이 수단으로 남용되었고, 정치권은 국가의 신용보다 유권자들의 지지에 더 민감해졌다. 미국은 금리•고령화•의료지출 등 악화 시 더 빠른 상승경로를 나타낼 것으로 본다. 현재로선 장기 전망도 2050년까지 계속 상승할 것으로 내다보인다는 점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그렇다면 미국은 더 이상 ‘신뢰의 채권국’이 아니라 ‘미래 세대의 신용카드’를 남용하는 나라로 변하고 있는 중이다.

 

마약이 무너뜨린 국가적 신뢰

 

경제가 무너지기 전에 사회의 기초가 먼저 흔들린다. 2024년 미국에서 약물 과다복용으로 사망한 사람은 8만~9만 명에 달한다. 이는 베트남전과 이라크전 전사자를 합친 것보다 많은 수치다. 이 수치는 단순한 범죄 통계가 아니라, 중산층 해체와 공동체 붕괴의 사회학적 징후다. 가정이 해체되고, 일자리를 잃은 청년과 중장년층이 마약에 의지하며 절망의 굴레에 빠져드는 사회. 국가가 시민의 삶에 희망을 주지 못하면, 국민은 제도를 믿지 않고 약물로 현실을 회피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정부에서는 마약의 공급(유입) 차단 및 단속 강화, 치료 및 회복 지원 강화, 예방 및 위험 감소 전략 확대, 그리고 형사사법 제도 변화 및 처벌 완화, 구조적•사회적 요인 접근 및 형평성 강화 등 다양한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있지만 그 긍정적 실현 가능성은 미지수이다. 미국은 과거 ‘마약과의 전쟁(War on Drugs)’ 중심의 단속·처벌 위주 전략에서 점차 전환하여, 공급차단, 중독치료·회복지원, 위험감소, 형사모델 대체, 사회구조적 요인 개입이라는 복합적 접근으로 정책 틀이 바뀌고 있다. 앞으로는 특히 치료접근성 확대(원격·약국·가정치료), 공급망 추적 강화, 그리고 형평성·사회적 결정요인 개입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정책들이 실효를 나타내지 않을 경우 미국 사회 ‘신뢰 붕괴’의 가장 위험한 형태다. 이런 현상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사회의 정신적 기반을 갉아먹는 병리 현상이다.

 

부채와 마약, 공통의 뿌리 ― ‘도덕적 해이’

 

경제의 붕괴와 사회의 타락은 서로 다른 문제처럼 보이지만, 그 근저에는 동일한 원인이 있다. 바로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다. 정치인은 책임 없는 재정을 남발하고, 기업은 단기이익만 추구하며, 시민은 개인적 쾌락을 위해 사회적 책임을 외면한다. 이 도덕적 해이가 누적될 때, 신뢰는 한순간에 무너진다. 돈으로는 다시 살 수 없는 것이 바로 ‘신뢰’이기 때문이다.

 

한국에 주는 경고 ― ‘신뢰’는 곧 ‘국가적 자본’이다

 

미국의 부채와 마약 문제는 우리에게 거울이다. 한국 역시 청년층의 절망, 가계부채의 급증, 정치적 분열이 신뢰의 균열로 이어질 위험을 안고 있다. 국가의 신뢰는 숫자가 아니라 약속을 지키는 힘이다. 정치가 원칙을 지키고, 사회가 책임을 다하며, 개인이 양심을 잃지 않을 때 비로소 신뢰가 회복된다. 부채는 경제의 문제이기 이전에 도덕의 문제, 마약은 범죄의 문제이기 이전에 사회 신뢰의 문제이다. 신뢰를 잃은 국가는 거대한 부를 쌓아도 그 기초는 모래성에 불과하다. 이것이 바로 ‘미국의 신뢰 붕괴’가 우리에게 남긴 메시지다. 끝.

 

<참고자료> https://youtu.be/5KTDTv-VG7U?si=c-k4-lrHf8VxUrX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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