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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이승래 박사의 호남이야기 제 7화 “규제를 위한 규제” 넘어야 지방 관광이 산다.

-3,000만 관광객 시대, 낡은 규제 벗고 지방의 '빈집'을 '마을 호텔'로 바꾸는 혁신이 필요할 때
-에어비앤비 합법화가 쏘아 올릴 로컬의 기적

<칼럼>이승래 박사

 

"여행은 살아보는 거야." 어느 글로벌 공유숙박 플랫폼의 광고 카피는 현대인들의 여행 방식을 완벽하게 요약한다. 유명 관광지를 점찍듯 돌아다니고 대형 호텔에서 잠만 자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 사람들은 현지인들이 걷는 골목을 거닐고, 동네 빵집에서 아침을 먹으며, 그 지역의 숨결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로컬 관광'을 원한다.

 

 

정부는 2030년까지 외국인 관광객 3,000만 명 시대를 열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하지만 현실의 벽은 높다. 당장 2026년에 방문할 관광객 수요만 보수적으로 잡아도 서울과 핵심 상권의 숙박 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며, 주요 호텔 객실 점유율은 이미 포화 상태인 79%를 맴돌고 있다.

 

공급이 멈춘 상태에서 수요만 폭발하니 숙박비는 천정부지로 치솟고, 비용에 민감한 가족 단위나 장기 체류 여행객들은 한국 여행을 포기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수급 불균형의 해법은 서울 도심에 막대한 자본을 들여 콘크리트 호텔을 더 짓는 것에 있지 않다. 진정한 해답은 인구 감소로 신음하고 있는 '지방 도시'와 전국 곳곳에 숨겨진 '유휴 공간'에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우리의 낡은 규제가 이 훌륭한 대안의 발목을 꽉 잡고 있다.

 

내국인은 불법? 기형적 규제가 낳은 촌극과 풍선효과

 

현재 대한민국의 도심에서 공유숙박을 하려면 '외국인관광 도시민박업'이라는 제도를 거쳐야 한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내국인이 돈을 내고 자국민의 집에서 머무는 것은 원칙적으로 '불법'이다. 일부 규제 샌드박스를 통과한 플랫폼을 통해서만 제한적으로 내국인 숙박이 허용되는 기형적인 구조다.

 

시장의 자연스러운 수요를 억누르면 반드시 부작용이 뒤따른다. 합법적인 에어비앤비 운영이 가로막히자, 호스트들은 '단기임대'라는 우회로를 찾아 나섰다. '삼삼엠투', '리브애니웨어' 같은 로컬 단기임대 플랫폼에는 침구류, 텔레비전은 물론 샴푸와 수건까지 완비된 사실상의 숙박업소들이 '1주일 단위 임대차 계약'이라는 꼼수로 버젓이 영업 중이다.

 

이들은 법적으로 숙박업이 아니기에 소방 및 화재 안전 규제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으며, 1년에 2,000만 원 이하의 수익을 내면 사업자 등록조차 하지 않아도 된다.

 

정상적인 시장 양성화를 막아선 낡은 규제가 오히려 세금도 내지 않고 안전의 무방비 상태에 놓인 편법 유사 숙박업을 폭발적으로 키워낸 촌극이다. 언제까지 이 거대한 회색지대를 방치할 것인가?

 

지방의 빈집이 '마을 호텔'로... 로컬을 살리는 마법

 

시선을 지방으로 돌려보자. 청년들이 떠난 지방 중소도시와 농어촌에는 흉물스럽게 방치된 빈집들이 넘쳐난다. 이 골칫거리 빈집들에 공유숙박이라는 혁신을 더하면 놀라운 일이 벌어진다.

 

경북 경주시는 옛 경주역 뒤편의 낙후된 마을 빈집들을 수리해 최신 가전과 5성급 호텔 수준의 욕실을 갖춘 '마을 호텔'로 재탄생시켰다. 도시재생을 위해 지자체가 조례를 개정해 내국인 숙박을 허용하자, 인적 드문 동네에 관광객이 몰려들고 지역 주민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피었다.

 

전남 강진군과 해남군 역시 빈집을 리모델링해 농촌 유학 세대와 장기 체류 관광객을 위한 '마을 스테이'로 활용하며 생활인구를 끌어모으고 있다.

 

최근 각광받는 '워케이션(Work+Vacation)' 역시 로컬 관광의 핵심 동력이다. 경남과 제주는 지역의 공유 오피스와 숙박을 결합한 체류형 모델을 통해 수도권의 직장인들을 지방으로 부르고 있다.

 

여행자가 동네 슈퍼에서 장을 보고, 골목 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동네 식당에서 저녁을 먹을 때 부의 낙수효과는 대기업이 아닌 지역 소상공인에게 100% 흘러 들어간다. 실제로 에어비앤비를 통한 호스트와 게스트의 지출은 한국 경제에 무려 5조 9천억 원의 파급효과를 낸 것으로 추산된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의미의 지역 상생이자 지방소멸에 대응하는 강력한 백신이다.

 

런던과 파리가 증명한 스마트한 양성화의 길

 

물론 기존 숙박업계의 반발이나 무분별한 팽창에 따른 주거비 상승 등 우려되는 부작용도 존재한다. 하지만 이를 해결하는 방식이 '무조건 금지'여서는 곤란하다. 이미 선진국들은 데이터와 기술을 활용해 합리적인 통제망을 구축했다.

 

영국 런던은 주택 소유자가 연간 최대 90일까지만 단기 임대를 할 수 있도록 허용하되, 에어비앤비 시스템과 연동하여 90일이 넘으면 달력 예약이 자동으로 차단되는 스마트 규제를 도입했다.

 

프랑스 파리는 지자체가 발급한 합법적인 '등록 번호'를 플랫폼에 의무적으로 표시하도록 강제하여, 정보의 투명성을 높이고 불법 영업을 자연스럽게 도태시켰다. 가까운 일본 역시 일찌감치 '주택숙박사업법(민박신법)'을 제정해 연간 180일의 합법 영업을 보장하며, 외국 관광객들을 도쿄뿐만 아니라 지방 소도시 깊숙한 곳까지 퍼져나가게 만들었다.

 

우리도 이 길을 걸어야 한다. 국적을 불문하고 누구나 안전하게 머물 수 있도록 관광진흥법을 개정해 '공유숙박업'을 독립된 제도로 신설해야 한다. 중앙정부는 플랫폼과 행정 데이터를 연동하는 시스템적 뼈대를 만들고, 세부적인 영업일수 제한이나 허용 구역은 각 지방자치단체가 지역의 상황(빈집 비율, 관광 수요 등)에 맞게 탄력적으로 조례로 정하게끔 권한을 넘겨야 한다.

 

사용자는 자신의 주머니 사정과 여행의 목적에 따라 럭셔리 호텔, 가성비 모텔, 로컬 감성의 에어비앤비 등 다양한 숙소를 마음껏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선택지가 확장될 때, 발길이 닿지 않던 지방의 구석구석으로 관광의 영토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관광객 3,000만 명 시대를 진정으로 대비하고 벼랑 끝에 몰린 로컬 경제에 숨통을 틔우기 위해서는, 이제 '규제를 위한 규제'를 과감히 벗어던져야 한다. 우리 동네 빈집이 전 세계인의 안식처이자 로컬 관광의 든든한 베이스캠프가 되는 혁신.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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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도영 기자

성명 최도영
직책 : KBN 한국벤처연합뉴스 보도국장
기타 직책
- (주)바이오텍 대표이사 - 골든휠 대표이사 - BNR행정사 합동사무소 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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