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N 한국벤처연합뉴스 김진찬 칼럼리스트 |
일본 여성이 왜 한국 남성에게 끌리는가? 이 질문에 ‘한류’를 빼놓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BTS가 좋아서”와 같은 1차원적인 팬심이 아니다. 그 이면에는, 지난 20년간 일본 사회에 겹겹이 쌓여온 ‘이상적인 한국 남성상’이라는 거대한 판타지의 변천사가 존재한다.

1세대: ‘욘사마’가 심어준 순정 (2000년대 초반)
2003년, ‘겨울연가’의 배용준, 즉 ‘욘사마’는 하나의 사회 현상이 되었다. 당시 일본 미디어 속 남성들이 권위적인 가장이나 반항적인 청춘스타에 머물러 있을 때, 그는 ‘부드러운 카리스마’와 ‘지고지순한 순정’이라는 새로운 남성상을 제시했다. 이는 특히 일본의 중년 여성들에게, 잊고 있던 로맨스의 감정을 일깨우며 한국 남성에 대한 첫 번째 긍정적 판타지, 즉 ‘따뜻하고 순수한 로맨티스트’의 이미지를 각인시켰다.
2세대: K-POP이 더한 남성성과 판타지 (2000년대 후반 ~)
욘사마 이후, 일본 시장을 석권한 것은 동방신기, 2PM과 같은 K-POP 아이돌이었다. 특히 ‘짐승돌’이라 불렸던 이들은, 욘사마의 부드러움 위에 ‘나의 여자를 지켜줄 수 있는 강인함’이라는 이미지를 덧씌웠다. 무대 위에서는 남성적인 매력을 폭발시키지만, 무대 아래에서는 팬들에게 한없이 다정한 모습. 이 ‘반전 매력’은 판타지를 더욱 강화했다. 한국 남성은 이제, ‘사회적으로는 강인하지만, 내 사람에게만큼은 한없이 부드럽고 헌신적인 남자’라는, 한층 더 진화한 매력적인 존재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3세대: 완성형 주인공과 ‘K-라이프스타일’ (현재)
‘사랑의 불시착’의 현빈에 이르러, 한국 남성의 이미지는 정점을 찍는다. 그는 단순히 로맨틱하고 강인한 것을 넘어, 세련된 패션 감각, 요리 실력, 그리고 지적인 매력까지 갖춘 ‘완성형 남성’이다. 그의 사랑 방식뿐만 아니라, 그가 사는 집, 입는 옷, 먹는 음식, 즉 ‘K-라이프스타일’ 자체가 동경의 대상이 된 것이다.
물론, 현실의 모든 남성이 드라마 주인공 같을 수는 없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이 20년간 축적된 강력한 ‘긍정적 판타지’가 일본 여성들로 하여금 한국 남성과의 만남에 대한 마음의 문턱을 크게 낮추고, “어쩌면 저런 멋진 사람일지도 몰라”라는 호의적인 기대감을 품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첫 번째 계기가 된다는 사실이다.
[글쓴이]
김진찬 (한일 전문 결혼정보회사 ㈜케이제이위드 대표) kjwith.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