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기본의 재건 시리즈 ③>
교육의 재건 – 윤리·역사·철학 없는 사회는 무너진다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교육을 통해 발전한 나라다. 그러나 최근 한국 사회가 겪는 갈등과 양극화, 도덕적 혼란, 공동체 신뢰의 붕괴를 보면, 지금의 교육이 과연 국민을 “좋은 시민”으로 길러내고 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학력은 높아졌지만 품격은 낮아지고, 지식은 많아졌지만 책임은 약해지며, 기술은 발달했지만 도덕적 감수성은 메말라 가는 현상을 우리는 매일 목격하고 있다. 교육이 ‘사람을 만드는 일’이라는 본래 목적에서 멀어졌기 때문이다.
한국 교육의 최대 문제는 시험이 요구하지 않는 가치는 교육하지 않는 구조이다. 국어·수학·영어는 중요하게 다루지만, 윤리·철학·역사·시민교육은 “시험에 덜 필요하다”는 이유로 주변으로 밀려났다. 문제는 바로 여기서 시작된다. 시민의식·공공성·책임·협력·공감 능력 등 사회적 자본을 형성하는 핵심 교과가 약화되면서 학생들은 도덕적 기준 없이 경쟁만 배우고, 성적은 뛰어나지만 공동체적 감수성이 부족한 ‘불완전한 엘리트’로 성장하게 되었다.
이러한 교육 구조는 시간이 흐를수록 사회 전체에 심각한 영향을 미쳤다. 고위직 공직자나 법조인, 언론인, 기업 리더의 도덕적 일탈이 반복적으로 드러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시험은 통과했지만, 윤리를 배우지 않았고, 지식은 쌓았지만 책임을 배우지 못했다. 역사를 제대로 배우지 못하니 공동체의 뿌리를 이해하지 못하고, 철학을 배우지 않으니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스스로 판단할 기준이 없다. 기술이 뛰어난 리더는 많지만, 바른 리더는 점점 줄어드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세계 교육의 흐름은 이미 오래전부터 변화하고 있다. 핀란드·캐나다·독일·프랑스 등 선진국들은 “학교의 일차적 목표는 좋은 시민을 양성하는 것”이라 명확히 선언한다. 따라서 인문학적 소양, 시민윤리, 토론·비판적 사고, 역사적 성찰이 교육의 중심을 차지한다. 이들 국가는 공직자·교사·법조인·언론인 선발에서도 인문·윤리 평가를 필수로 두고 있다.
반면 한국의 교육 시스템은 여전히 문제풀이형 경쟁에 머무르고 있다. 학생은 “정답 맞히기 전문가”가 되지만, “삶의 방향을 결정하는 능력”은 배우지 못한다. 사회는 스펙으로 정교하게 분류되지만, 가치관은 서로 충돌하고, 공동체 의식은 점점 약해진다. 지금의 한국 사회가 겪는 거친 언어, 과도한 갈등, 혐오 문화, 협력의 실종은 사실 교육 실패의 후유증이다.
이제는 단순한 교육개혁을 넘어 교육의 목적 자체를 다시 세워야 한다. 교육은 지식을 전달하는 과정이 아니라, 인간을 만들고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 토대를 만드는 일이다. 그러기 위해 다음과 같은 근본적 변화가 필요하다.
첫째, 윤리·역사·철학 교육을 학교의 중심축으로 복원해야 한다. 이 세 가지는 ‘지적 능력’을 기르는 과목이 아니라 ‘인격’을 형성하는 과목이다. 윤리는 책임을, 역사는 뿌리를, 철학은 기준을 세우는 교육이다. 이 과목들이 약해진 사회는 반드시 도덕적 혼란을 겪는다.
둘째, 공직·사법·언론·교육 분야의 인재 선발 기준을 바꿔야 한다. 법률 지식이 뛰어난 사람보다 공동체적 책임을 이해하는 사람이 공직자가 되어야 하며, 언론인은 기술보다 진실을 향한 태도가 중요하다. 고위공직자 선발 과정에 인문·윤리 평가를 강화한다면, 지금의 도덕적 혼란은 상당 부분 개선될 수 있다.
셋째, 교육의 목표를 ‘경쟁 중심’에서 ‘시민성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경쟁은 필요하지만, 경쟁만으로는 사회가 지속될 수 없다. 협력, 공감, 존중, 책임을 가르치는 교육이 강화될 때, 사회는 갈등을 줄이고 신뢰를 회복할 수 있다.
넷째, 계층 간 교육격차 해소를 국가 과제로 삼아야 한다. 교육 기회의 불평등은 사회적 불평등보다 더 위험하다. 교육이 불평등하면 사회는 신뢰를 잃고, 신뢰 없는 사회에서 도덕은 작동하지 않는다.
지금 필요한 것은 교육의 ‘양적 확대’가 아니라 질적 방향의 재수정이다. 시민의 품격은 국가의 품격이고, 교육의 수준은 사회의 미래를 결정한다. 윤리 없는 지식은 오히려 위험해지고, 역사를 모르는 사회는 근거 없는 갈등을 반복하며, 철학 없는 국가는 방향을 잃는다.
우리는 이제 묻고 싶다. “한국의 교육은 어떤 인간을 만들려고 하는가?” 만약 답을 내리지 못한다면, 그것이 바로 교육을 다시 세워야 하는 증거이다. 윤리와 철학, 역사가 중심을 이루는 교육을 통해만 우리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 수 있다. 교육의 재건은 곧 국가의 재건이다. 지금이 바로 그 첫걸음을 내디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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