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김진찬 |
‘내 돈’인가, ‘우리 돈’인가: 한일부부의 경제 철학은 왜 다른가?
결혼 생활의 가장 현실적인 문제인 ‘돈 관리’ 앞에서, 수많은 한일부부들은 예상치 못한 문화적 장벽에 부딪힌다. 한국인 남편은 당연하게 아내에게 월급 통장을 맡기려 하지만, 일본인 아내는 “각자 관리하고 생활비는 분담하자”고 제안한다. 남편은 아내가 자신을 믿지 못하는 것 같아 서운하고, 아내는 남편이 자신의 경제적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는 것 같아 답답하다. 이 갈등의 뿌리에는 단순히 돈을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를 넘어, ‘가계’를 바라보는 양국의 근본적인 철학의 차이가 존재한다.
 
한국의 부부는 ‘경제 공동체’라는 인식이 매우 강하다. 특히 남편의 소득은 ‘가족 공동의 자산’으로 여겨지며, 아내가 남편의 월급을 모두 관리하며 집안의 재무장관 역할을 하는 것이 이상적인 모습으로 그려지곤 한다. 이는 ‘우리는 이제 경제적으로도 하나’라는 강력한 신뢰와 결속의 상징이다. 이런 문화 속에서 남편이 아내에게 월급을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거나, 아내가 각자 돈 관리를 하자고 제안하는 것은 종종 ‘신뢰 부족’의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
반면, 일본의 부부는 ‘상호 존중 기반의 독립 채산제’에 더 가깝다. 부부가 각자의 수입과 지출을 독립적으로 관리하면서, 매달 정해진 금액을 공동 생활비 계좌에 입금하여 집세, 공과금 등 공통의 비용을 해결하는 방식이 보편적이다. 남편이 아내에게 주는 ‘오코즈카이(お小遣い)’ 역시, 아이에게 주는 용돈의 개념이 아니라, 한 가정의 수입에 맞춰 각자의 개인적인 지출을 존중하고 배분하는 합리적인 시스템이다. 그들에게 각자의 통장을 유지하는 것은 불신이 아니라, 성인으로서 서로의 경제적 자율성을 존중하는 당연한 태도인 것이다.
결국 갈등의 핵심은 ‘신뢰’와 ‘존중’이라는 가치를 표현하는 방식의 차이다. 한국인 남편에게 ‘월급 통장을 맡기는 행위’가 최고의 신뢰 표현이라면, 일본인 아내에게는 ‘각자의 돈을 간섭하지 않는 것’이 최고의 존중인 셈이다. 이 문화적 코드를 이해하지 못하면, 서로를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당신은 이기적이야”, “당신은 나를 믿지 못하는구나”라며 깊은 오해의 늪에 빠지게 된다.
성공적인 한일부부의 재정 관리는 ‘한국식’이나 ‘일본식’을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두 사람만의 ‘제3의 방식’을 만들어내는 데서 시작된다. 예를 들어, 공동의 목표(주택 구매, 자녀 교육 등)를 위한 ‘공동 목표 통장’을 만들고, 매달 일정한 금액을 함께 저축한다. 그리고 나머지 개인 소득은 서로의 사생활로 존중하며 자유롭게 관리하는 ‘하이브리드 모델’을 만드는 것이다. 돈 관리에 정답은 없다. 가장 중요한 것은, 서로의 문화적 배경을 이해하고, 투명한 대화를 통해 우리 가족만의 새로운 경제 규칙을 함께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김진찬 (한일 전문 결혼정보회사 (주)케이제이위드 대표) kjwith.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