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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개혁, 무엇부터 사회적 합의를 이룰 것인가

- 사법을 둘러싼 최소 합의의 영역 -

<사법신뢰회복 ⑤>

 

사법개혁, 무엇부터 사회적 합의를 이룰 것인가

- 사법을 둘러싼 최소 합의의 영역 -

 

사법개혁 논의가 다시 고개를 들 때마다 사회는 익숙한 피로를 느낀다. 누구의 판결이 옳았는지, 어떤 인사가 정당했는지를 둘러싼 공방이 반복되고, 논의는 곧 정파적 대립으로 흐른다. 그 과정에서 정작 중요한 질문은 뒤로 밀린다. “우리는 무엇에 합의할 수 있는가.” 사법 신뢰 회복의 출발점은 특정 판단의 옳고 그름이 아니라, 사회가 공유할 수 있는 최소 기준을 세우는 데 있다.

 

사법은 정치의 연장선이 될 수 없다. 동시에 성역으로 남아서도 안 된다. 사법개혁이 번번이 좌초된 이유는 이 두 극단을 오가며 균형을 잃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방향을 바꿔야 한다. 사법을 통제할 것인가의 문제가 아니라, 사법이 흔들리지 않도록 어떤 제도를 갖출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하다.

 

첫 번째 최소 합의는 판사 인사권 분산에 대한 인식 전환이다. 인사권 분산은 사법을 통제하기 위한 수단이 아니라, 사법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라는 점에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특정 인물이나 기관에 인사 권한이 집중될수록, 재판의 독립성은 제도적으로 취약해진다. 인사 구조의 분산과 견제는 판사를 압박하기 위한 개혁이 아니라, 판사가 오직 법과 양심에 따라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한 최소 조건이다.

 

두 번째 합의는 판결의 설명 책임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다. 판결 이유를 충실히 밝히라는 요구는 판사를 압박하려는 의도가 아니다. 그것은 시민의 권리다. 재판받을 권리는 결과를 통보받는 데서 끝나지 않는다. 자신의 주장이 어떻게 검토되었고 왜 받아들여지지 않았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그 권리는 완성된다. 설명 없는 판결은 사법의 권위를 높이지 못한다. 오히려 충분한 설명이 있을 때 판결은 비판 속에서도 존중받을 수 있다.

 

세 번째 합의는 양심적 판사 보호에 대한 공감대 형성이다. 소신에 따른 판단이 인사상 불이익이나 조직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하는 한, 사법의 독립은 선언에 머문다. 양심 판사를 보호하는 제도는 특정 집단에 대한 특혜가 아니라, 헌법이 요구하는 재판 독립을 현실에서 작동하게 하는 장치다. 용기를 요구하는 조직은 오래가지 못한다. 제도는 용기가 필요 없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이 세 가지는 급진적인 요구가 아니다. 어느 한쪽의 승패를 전제로 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정파를 넘어 합의할 수 있는 최소한의 기준이다. 사법개혁의 출발점은 ‘누가 옳았는가’를 따지는 데 있지 않다. ‘무엇에 합의할 수 있는가’를 정하는 데 있다. 이 최소 합의가 마련될 때, 비로소 입법과 제도 개편 논의도 건설적인 궤도에 오를 수 있다.

 

사법 신뢰 회복은 단기간에 완성되지 않는다. 그러나 방향을 바로 잡는 일은 지금도 가능하다. 사회적 합의 없는 개혁은 또 다른 갈등을 낳을 뿐이다. 이제 사법개혁은 결단의 언어가 아니라 합의의 언어로 말해야 한다. 그때 비로소 사법은 정치의 한복판이 아니라, 시민의 신뢰 속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이다. 끝.

 

 

<칼럼 관련자료>

법은 왜 존재하는가?

https://www.kjbn.kr/mobile/article.html?no=7436

 

판사 인사권 분산이 사법 신회 회복의 출발점이다.

https://www.kjbn.kr/mobile/article.html?no=7441

 

설명 없는 판결은 정의가 아니다

https://www.kjbn.kr/mobile/article.html?no=7462

 

양심의 판사를 보호하지 않는 사법은 오래가지 못한다

https://www.kjbn.kr/mobile/article.html?no=7467

 

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이상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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