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2대 국회의원 선거(총선) 더불어민주당 당내 경선 과정에서 불법 전화 홍보방을 운영한 혐의 등으로 기소된 정준호 의원(광주 북구갑)이 "수사 검사가 공소까지 제기해 절차상 하자가 있다"며 공소 기각을 주장했다.
광주지법 제12형사부(재판장 박재성 부장판사)는 17일 301호 법정에서 공직선거법·정치자금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민주당 광주 북구갑 정준호(45) 의원에 대한 재판을 열었다. 정 의원의 선거사무소 관계자 최모(51·여)씨와 박모(20)씨도 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돼 있다.
정 의원 측 법률 대리인은 최근 제출한 의견서를 통해 "이 사건을 수사 개시한 검사가 공소까지 제기해 검찰청법을 위반했다. 명백한 공소 기각 사유에 해당한다. 형사소송법에 따라 공소 제기 절차가 법률 규정을 위반해 무효이므로 공소 자체를 기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검찰청법 4조 2항은 '검사는 자신이 수사개시한 범죄에 대하여는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다만, 사법경찰관이 송치한 범죄에 대하여는 그러하지 아니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정 의원 측은 "검찰청법 해당 조항의 예외 조항에는 이른바 '송치 사건'이어야 한다. 그러나 이 사건은 선거관리위원회의 고발로 검찰 수사가 개시됐다. 판례에 따라 선관위는 사법경찰관에 해당하지 않고 수사권도 없어 수사주체가 아니다. 예외 조항 역시 적용될 수 없다"며 공소 기각 논리를 펼쳤다.
또 대법원 판례를 들어 "공소가 취소된다면 재기소는 헌법 제13조1항 후문 '거듭처벌금지의 원칙'의 정신에 따라 엄격하게 해석해야 한다"며 재기소 역시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정 의원 등 3명은 민주당 내 경선 직전인 지난해 2월께 당시 경선 후보였던 정 의원의 지지율을 올리고자 전화홍보원 12명에게 홍보 전화 1만5000여 건을 돌리도록 지시하거나 홍보 문자메시지 4만여 건을 발송하고, 그 대가로 경선 운동원들에게 총 520만원을 지급한 혐의로 기소됐다.
정 의원은 또 2023년 말부터 지난해 초 사이 최씨와 박씨를 비롯한 6명을 선관위에 선거 사무 관계자로 신고하지 않은 채 불법 경선 운동을 하도록 지시하고, 현금을 건네거나 일부를 지급 약속한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정 의원은 2023년 7월 건설사 대표에게 국회의원으로 당선되면 딸을 보좌관으로 채용해주겠다고 약속, 그 대가로 정치자금 5000만원을 받은 혐의로도 재판에 넘겨졌다.
앞선 재판에서 정 의원 측은 "전화·문자 홍보를 하고 금품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 공소사실에 기재된 시점에 불법 홍보방을 운영할 필요성이 없고 관련해 지시한 바도 없다. 일부 문자홍보원에 대한 금품 제공 사실을 사후에 알게 됐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 "최씨를 비롯한 이들은 변호사 사무실 근무 급여·퇴직금 명목으로 금품을 지급한 것이며 경선 운동을 위한 준비에 불과하다. 사실과 다르다. 정치자금법 위반과 관련해서는 당시 운영하던 변호사 사무실 경비가 필요해 빌린 것이고 당선 직후 갚았다. 자녀 채용 대가를 약속한 바 없다. 실제 빌린 돈도 변호사 사무실 간판 교체, 급여 지급 등에 썼다. 악의적 제보에 불과하다"며 내용 상으로도 무리한 기소라고 밝혔다.
최씨와 박씨도 각기 "불법 선거운동을 공모한 적 없다" "대학교 1학년생으로서 아버지와 친분이 있는 정 의원의 선거운동에 자원봉사를 했을 뿐이어서 불법 선거운동을 공모할 위치에 있지 않았다"는 등의 주장을 하며 대체로 공소사실을 부인했다.
재판부는 이날 오후 당초 부르기로 했던 증인 신문까지 진행, 변론을 일단 종결하고 다음 기일을 잡아 공소 기각 판결에 대해 판단하겠다고 밝혔다.
만약 법률대리인 측 주장이 받아들여지면 정 의원은 공소 기각 판결로 직위상실 위기는 일단 모면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가 공소 기각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하면 변론 절차는 다시 재개된다.
변호사 출신인 정 의원은 지난해 2월 치러진 민주당 광주 북구갑 후보 경선에서 조오섭 현역 의원을 꺾었다. 그러나 불법 전화홍보방 운영 수사가 시작되면서 공천장 인준이 늦어졌다.
고심 끝에 민주당 윤리감찰단은 후보자 관련성을 찾기 어렵다며 정 후보 공천을 인준했고, 민주당 광주 북구갑 후보로 나서 당선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