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기본의 재건 시리즈 ① >
기본이 무너진 사회, 다시 ‘기본’ 을 세워야 산다
대한민국의 사법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최근 드러난 여러 사법 사태의 중심에는 공통된 특징이 있다.
대부분 명문대 출신의 엘리트들이며, 법조 분야에서 최고 수준의 경쟁을 뚫고 사회에 진출한 이들이다.
그들은 법과 정의를 다루는 직업을 선택한 사람들이지만, 정작 그들 중 일부는 이타심보다 이기심을 앞세우며 사회적 책임을 저버렸다.
지식은 많으나 양심은 빈약한 엘리트의 민낯이 드러난 것이다.
이 문제는 단순히 몇몇 개인의 일탈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 사회가 지난 수십 년 동안 만들어온 교육·제도·가치관의 구조적 실패가 한꺼번에 드러난 결과다.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우리는 언제부터인가 국사·윤리·철학·도덕 교육을 중요하지 않게 여겼다.
시험에 나오지 않는다는 이유로 공공성과 책임을 배우는 교과는 주변부로 밀려났다. 결국 사회에 진출한 젊은 엘리트들은 기술과 스펙은 뛰어났지만, 공익을 위한 내적 기준은 빈약한 상태로 성인이 되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니다.
소위 ‘신(新)엘리트’라 불리는 상층 계층의 자녀들이 강남권 사교육을 통해 일류대학·고위직·언론·사법계로 집중 진출하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한국 사회의 공정 감각은 심하게 흔들리고 있다.
일반 시민의 눈높이와 엘리트 계층이 말하는 ‘정의’ 사이의 괴리가 커지자 “우리는 이미 공정 게임에서 배제되었다”는 허탈감이 사회 전반에 퍼졌다.
이는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국가의 도덕적 기반이 흔들린다는 신호다.
이런 상황을 두고 우리는 다시 “기본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2016년 필자 칼럼(전남일보)에서 ‘기본이 바로 서는 나라’를 강조하며, 김대중 대통령이 언급한 ‘제2의 건국운동’을 상기시킨 바 있다.
자유·정의·효율이라는 국가의 세 가지 원리, 그리고 실질개혁·국민주체·솔선수범이라는 세 가지 원칙은 오늘의 위기에 여전히 유효하다. 아니, 지금이야말로 그 원칙들이 필요하다.
사법기관과 공직사회가 신뢰를 잃은 이유는 단순한 제도적 미흡이 아니라 지도층의 솔선수범 부재 때문이다. 법률가가 법 이전에 양심을 먼저 배워야 하고, 언론인은 권력이 아니라 진실을 우선해야 하며, 고위공직자는 승진이 아니라 책임을 우선해야 한다. 이것이 기본이다.
그러나 이 기본이 무너진 순간, 제도는 껍데기만 남고 조직은 사익 추구의 장으로 변한다.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사법 신뢰 위기는 바로 이러한 기본 상실의 결과다.
◆해결책은 단순하지 않다.
사건이 터질 때마다 임시처방을 반복하는 방식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을 두고 우리는 다시 '기본이 무엇인가?' 라는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첫째, 지금 필요한 것은 국가 시스템의 전면적 재구축이다.
우선 법조·언론·공직 분야에서 윤리와 책임을 강화하는 장치가 절실하다.
가치 교육을 다시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복원하고, 윤리·철학·역사 교육을 공직·사법 인재 선발 과정에 필수화해야 한다.
전문성보다 중요한 것은 ‘이 나라를 어떻게 바라보는가’라는 태도이기 때문이다.
둘째로, 엘리트 구조의 폐쇄성을 완화하고 사회적 사다리를 다시 세워야 한다. 공정은 분배의 문제가 아니라 기회의 문제이다. 출발점이 지나치게 차이가 나면 사회 전체가 부패하고, 지도층은 현실을 이해할 수 없으며, 시민은 희망을 잃는다. 제도는 이 간극을 좁히는 방향으로 재설계되어야 한다.
셋째로, 지도층의 자정능력을 제도화해야 한다. 법조인 스스로가 “나는 법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법을 지켜야 할 사람”이라는 선서를 새롭게 해야 한다.
언론 역시 진실 앞에서 겸손해야 한다.
정치인은 오직 한 가지 기준만 가져야 한다.
“내가 지금 내리는 결정이 내 아이에게 부끄럽지 않은가”라는 질문이다. 기본은 이렇게 회복된다.
한국 사회는 위기를 여러 번 이겨낸 나라다. 우리는 국난 때마다 자신을 재구성해 왔다.
지금의 사법 위기 역시 ‘기본’을 다시 세운다면 반드시 극복할 수 있다.
그 기본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다. 양심을 지키고, 책임을 다하고, 공동체를 생각하는 마음이다.
모두가 알고 있지만 실천하지 못한 그 단순한 기본 말이다.
이제 우리는 다시 묻자.
기본 없는 나라에 미래가 있는가? 정답은 분명하다.
지금이야말로 기본을 바로 세워야 할 때다. 지도층이 먼저 실천한다면, 시민은 다시 희망을 품을 것이다. 대한민국이 다시 앞으로 나아갈 힘은 화려한 제도나 구호가 아니라, 결국 기본을 지키려는 양심의 힘에 달려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