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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의 재건 – 사법 신뢰를 다시 세우는 길

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기본의 재건 시리즈 – ③〉

 

정의의 재건 – 사법 신뢰를 다시 세우는 길

 

지금 대한민국은 사법 신뢰가 무너진 초유의 위기를 겪고 있다. 법원과 검찰은 국가 질서를 지탱하는 마지막 보루이지만, 최근 발생한 여러 사건들은 국민들에게 근본적 질문을 던지게 한다. “법은 누구를 위해 존재하는가?”, “정의는 정말 누구에게나 같은 얼굴을 하고 있는가?” 이런 질문이 나오기 시작한 사회는 이미 경고등이 켜진 사회이다. 사법이 국민의 신뢰를 잃는 순간 국가는 기반을 잃는다. 정의가 아니라 능력·배경·인맥이 작동하는 것으로 보일 때, 사회는 더 이상 건강한 방향으로 움직일 수 없다.

 

 

◆오늘날 사법 불신의 원인은 단순하지 않다.

 

첫째는 사법 엘리트 구조의 폐쇄성이다. 법조인은 시험을 통해 선발되며, 그중 상당수가 특정 지역, 특정 학교 출신으로 집중되어 있다. 사회적 경험이 다양하지 않고, 동일한 문화와 사고방식 속에서 성장한 집단이 권한을 독점할 때, 판단의 다양성과 공정성이 훼손될 가능성은 높아진다. 법조인 스스로는 자신이 공정하다고 믿겠지만, 국민이 느끼는 괴리는 커질 수밖에 없다.

 

둘째는 윤리적 기반의 부족이다. 법학은 ‘법률 기술자’를 만들어낼 수는 있지만 ‘정의를 실천하는 사람’을 만들지는 못한다. 윤리·철학·역사적 성찰 없이 법만 배운 사람은 법을 악용할 위험이 있고, 법의 정신을 파악하지 못한 채 문언만 해석하는 오류에 빠지기 쉽다. 최근 드러난 법조 비리나 고위 공직자의 사적 탐욕 사건들이 바로 이러한 교육적 빈틈의 결과이다. 이들에게는 ‘공익’이라는 단어가 교과서 속 단어일 뿐, 마음속 기준이 되지 못했다.

 

셋째는 책임 없는 권력 구조이다. 검찰은 수사권·기소권·영장청구권을 함께 쥐고 있고, 법원은 평생직에 가까운 신분 보장을 받는다. 권한이 크고 책임이 약할 때 조직은 폐쇄성을 강화하고 스스로를 보호하는 문화로 이동한다. 사법기관 내에서는 문제가 발생해도 내부에서 덮거나 책임이 희석되는 구조가 반복되어 왔다. 국민이 사법기관을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이 부분에 있다.

 

◆이러한 사법 신뢰 붕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 개혁’과 ‘문화 개혁’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

 

첫째는 우선 제도적으로는 윤리·철학·역사 교육의 강화가 필수적이다. 법조인 선발 과정에서 단순한 법률 지식보다 ‘공익 가치 판단 능력’을 더 중요하게 평가해야 한다. 선진국 다수는 심층 윤리 면접, 공직 가치 검증, 시민성 테스트 등을 통해 법조인으로서의 적격성을 검증한다. 한국도 이제는 지식 중심 선발이 아니라 가치 중심 선발로 과감히 전환해야 한다.

 

둘째는 사법권력 견제 시스템의 재설계가 필요하다. 판사·검사의 인사권 분산, 시민 참여 재판 확대, 사법행정의 투명성 강화, 감시기구의 실질적 독립 등이 필요하다. 특히 판·검사 평가에 시민의 목소리를 반영하는 제도는 ‘법조의 폐쇄성’을 완화하는 데 효과적일 수 있다. 국민의 신뢰는 사법 내부가 스스로 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고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외부의 객관적 견제가 있을 때 비로소 신뢰가 회복된다.

 

셋째는 사법 문화의 변화이다. 법조인들에게는 ‘나는 법을 아는 사람이 아니라 법을 지켜야 하는 사람’이라는 자각이 필요하다. 한국 사회는 지식·학벌·제도에 의존해 법조인을 선발해 왔지만, 앞으로는 품격·양심·책임이 법조인의 핵심 자격이 되어야 한다. 판결문 하나에도 그 사람의 세계관이 담긴다. 법과 판결이 인간에 대한 존중과 공동체적 책임을 반영할 때, 국민은 비로소 정의를 신뢰한다.

 

사법 신뢰를 되살리는 일은 단순한 개혁이 아니라 국가 기본을 재건하는 과정이다. 사법 정의가 무너지면 사회는 혼란을 넘어 분열의 길로 간다. 그 누구도 법 앞에서 안전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법개혁은 정치 개혁보다 앞서야 하고, 교육 개혁보다도 시급하며, 경제 개혁보다도 근본적이다. 사법이 바로 서야 국가 질서가 바로 선다.

 

지금 필요한 것은 거창한 개혁 주장이 아니라 기본으로의 회귀이다. 공정한 절차, 성실한 심리, 책임 있는 판결, 투명한 권한 행사, 그리고 무엇보다 ‘정의가 살아 있다’는 국민의 믿음이 필요하다. 정의의 재건은 법원이 아닌 국민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법이 국민 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국민 속에서 태어난다는 사실을 잊지 않는 순간, 사법 신뢰는 다시 회복될 수 있다. 정의가 강한 나라만이 미래를 만든다. 사법의 기본이 바로 서야, 국가의 기본도 바로 선다

 

<관련칼럼>

[KBN 한국벤처연합뉴스] 기본이 무너진 사회, 다시 ‘기본’을 세워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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