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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입법부는 사법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 견제와 존중 사이의 헌법적 균형 -

<칼럼>KBN 한국벤처연합뉴스 칼럼니스트 이상수 |

 

<사법신뢰회복 ⑦>

 

입법부는 사법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가

- 견제와 존중 사이의 헌법적 균형 -

 

사법개혁 논의가 입법의 문턱에 이를 때마다 가장 첨예한 질문이 등장한다. 국회는 사법에 어디까지 관여할 수 있으며, 어디서 멈춰야 하는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분명히 하지 못했기에 사법개혁은 번번이 정치적 충돌로 소모되었고, 제도 개선은 진전되지 못했다. 이제 필요한 것은 결단이 아니라 헌법적 균형에 대한 성찰이다.

 

 

입법부와 사법부의 관계는 지배와 종속의 관계가 아니다. 헌법이 설계한 권력 분립은 상호 견제를 통해 권력의 자의를 막는 구조다. 이때 입법부의 역할은 사법을 통제하는 데 있지 않고, 사법이 독립적으로 기능할 수 있는 제도적 틀을 마련하는 데 있다. 이 원칙이 흔들릴 때, 사법개혁은 곧바로 정치 개입 논란에 휩싸인다.

 

입법이 할 수 있는 일과 해서는 안 되는 일은 명확히 구분되어야 한다. 입법부는 사법의 구조와 절차에 관해서는 충분히 논의하고 입법할 수 있다. 판사 인사 구조의 분산, 인사 과정의 투명성, 판결 이유 기재의 기준과 범위, 양심적 판사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 등은 입법을 통해 뒷받침되어야 할 영역이다. 이는 개별 재판에 대한 개입이 아니라, 재판이 공정하게 이루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반면, 입법부가 넘어서서는 안 될 선도 분명하다. 특정 사건의 결론을 문제 삼거나, 개별 판결의 옳고 그름을 입법으로 바로잡으려는 시도는 사법의 독립을 훼손한다. 재판의 내용에 대한 평가는 상급심과 헌법적 절차를 통해 이루어져야지, 정치적 다수의 의사로 결정되어서는 안 된다. 이 경계를 흐리는 순간, 입법은 견제가 아니라 간섭이 된다.

 

사법개혁이 정치화되는 또 다른 이유는 입법부 스스로의 역할 인식이 모호했기 때문이다. 국회는 때로 사법부의 문제를 지적하면서도, 정작 자신이 해야 할 제도 설계의 책임은 회피해 왔다. 개별 판결을 비판하는 데는 적극적이었으나, 인사 구조나 절차 개선과 같은 구조적 과제에는 소극적이었다. 이 불균형이 사법과 정치 사이의 불신을 키웠다.

 

입법부가 사법을 존중한다는 것은 침묵을 의미하지 않는다. 오히려 사법이 헌법의 요구에 부합하도록 작동하는지 점검하고, 필요한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입법의 책무다. 동시에 그 점검은 정파적 이해를 넘어선 합의의 언어로 이루어져야 한다. 사법을 둘러싼 입법이 정권의 이해관계에 따라 흔들린다면, 그 법률은 제도가 아니라 갈등의 씨앗이 된다.

 

앞선 글에서 살펴본 사회적 최소 합의—인사권 분산, 판결 설명 책임, 양심 판사 보호—는 입법이 가장 먼저 다뤄야 할 영역이다. 이 합의 위에서만 입법은 사법을 흔들지 않고, 사법은 입법을 경계하지 않게 된다. 견제와 존중은 대립하는 가치가 아니라, 동시에 요구되는 헌법적 덕목이다.

 

이제 사법개혁은 마지막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제도가 마련된 이후, 사회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법과 제도만으로 신뢰는 완성되지 않는다. 다음 글에서는 사법 신뢰 회복이 왜 민주주의의 ‘자기 수리 능력’이며, 제도 이후의 과제가 무엇인지 살펴보고자 한다. 

 

<관련칼럼>

<사법신뢰회복시리즈 ①>

법은 왜 존재하는가?

https://www.kjbn.kr/mobile/article.html?no=7436

 

<사법신뢰회복시리즈 ②>

판사 인사권 분산이 사법 신회 회복의 출발점이다.

https://www.kjbn.kr/mobile/article.html?no=7441

 

<사법신뢰회복시리즈 ③>

설명 없는 판결은 정의가 아니다

https://www.kjbn.kr/mobile/article.html?no=7462

 

<사법신뢰회복시리즈 ④>

양심의 판사를 보호하지 않는 사법은 오래가지 못한다

https://www.kjbn.kr/mobile/article.html?no=7467

 

<사법신뢰회복시리즈 ⑤>

사법개혁, 무엇부터 사회적 합의를 이룰 것인가

https://www.kjbn.kr/news/article.html?no=7470

 

<사법신뢰회복시리즈 ⑥> 사법개혁은 왜 번번이 좌초되는가

https://www.kjbn.kr/news/article.html?no=7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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